[샛강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가 할 일

국민일보

[샛강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가 할 일

정진영 종교국장

입력 2020-03-12 04:04

한국교회가 모처럼 점수를 얻고 있다. 잘한 것보다 잘못한 것이 주로 부각돼 자주 욕을 먹던 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비교적 잘 대응하는 것 같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대형교회를 비롯해 대다수 교회는 주일예배를 온라인 또는 가정예배로 전환했다. 성전에서의 주일예배를 신앙의 기본과 원칙으로 여기던 교회가 3월 들어 확진자 확산 추세를 보이자 과감히 예배 방식을 바꿨다. 전쟁 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주일성수(主日聖守)에 변화가 생긴 것은 믿음의 본질이 공동체의 유기성과 동떨어질 수 없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주일예배를 지속하는 교회는 꼼꼼하게 방역을 하고 좌석을 멀찌감치 배치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애를 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거리가 있지만 이들 교회는 나름대로의 신앙고백을 실천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교회가 대구·경북을 돕기 위해 직접 지원에 나선 것도 돋보인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의료지원금 10억원을 냈고 소망교회는 첫 온라인 주일예배 헌금 전액인 3억2800여만원을 기부했다. 국민일보와 한국교회봉사단 공동캠페인 ‘힘내이소 대구’에 동참한 전남 곡성의 나눔영성원은 3억6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증했고 국가조찬기도회는 5000만원을 내놨다. 미국의 한 한인교회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1만 달러를 전달했다. 만나교회 선한목자교회 우리들교회 불꽃교회 금광교회 대원교회 지구촌교회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분당우리교회 샘물교회 할렐루야교회 갈보리교회 등 성남의 큰 교회들은 3억6000만원을 모았다. 의료진에게 방역복을 제공하고 미자립교회의 월세를 내준다고 한다.

제자훈련 목회자 네트워크 칼넷은 대구·경북 미자립교회 100곳의 임대료를 지원키로 했고 강남중앙침례교회는 1억원을 개척교회에 제공할 계획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광림교회는 수양관, 수련원 같은 교회 시설을 코로나19 경증환자 공간으로 내놨다. 지속되고 있는 온정들은 단순히 물질을 지원한다는 의미 이상이다. 교회가 담장을 넘어 섬김과 나눔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실증이라 할 수 있다. 공교회적 선한 영향력이 확산될 때 교회를 향한 시선은 자연스레 따뜻해진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교회에 변화가 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홉길사랑교회 김봉준 목사는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이란 세미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예배 형태의 변모, 성도 교제 방식의 진화, 미자립교회의 위축 등 외형적으로 달라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외양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19를 증폭시킨 신천지 같은 이단사이비에 정통교회가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냉정히 되짚어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신천지의 포교 수법이 기성교회 성도들을 빼나가는 데 맞춰져 있음에도 이 정도로 성장할 만큼 교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은 반성해야 한다. 특히 신천지 꾐에 넘어간 사람 중 젊은층이 많다는 것은 정통교회 입장에서 가장 뼈아프다. 불안한 현실, 막막한 미래에 내몰린 청년들을 교회가 잘 품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한국교회는 이단집단들이 더 이상 창궐할 수 없도록 성경적·교육적·제도적 방어장치를 서둘러야겠다. 또 신천지에 빠졌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들을 낙인찍고 정죄하기에 앞서 집 나간 탕아를 들이는 포용의 마음을 가지는 게 바람직하다. 교계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 6일 ‘코로나19 사태와 신천지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을 통해 신천지 수뇌부는 구속 수사하고 일반 신도들에 대한 혐오는 거두자고 밝혔다. 성명은 “대다수 신천지 교인은 소중한 이웃이며 근본적으로 사교집단 피해자”라고 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인데 봄같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하고 신천지 광풍이 사그라드는 봄다운 봄은 언제 오나.

정진영 종교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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