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자취] ‘제주 4·3’ 통해 이념대립 상처 조명

국민일보

[삶의 자취] ‘제주 4·3’ 통해 이념대립 상처 조명

소설가 현길언 별세

입력 2020-03-12 04:01

암으로 투병하던 원로 소설가 현길언(사진) 전 한양대 교수가 10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80년 ‘현대문학’에 ‘성 무너지는 소리’와 ‘급장선거’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90년에는 ‘사제와 제물’로 현대문학상을 받았고 계간지 ‘본질과 현상’의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도 활동했으며 기독교문인협회장도 지냈다.

특히 그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품들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이념 대립을 선명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저작으로는 소설집 ‘용마의 꿈’ ‘우리들의 스승님’ ‘닳아지는 세월’, 장편 ‘여자의 강’ ‘회색도시’ ‘한라산’ 등이 있다.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 같은 어린이용 문학 작품과 ‘한국현대소설론’ ‘현진건소설 연구’ ‘한국소설의 분석적 이해’ 등 연구서도 여럿 발표했다.

고인은 독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다닌 교회는 고(故) 이원근 장로가 세운 남원교회였다. 이 장로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의 조부로 이북에서 월남해 제주도에 정착한 뒤 이 교회를 세웠다. 고인은 80년대 말 상경해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면서는 서울 충신교회에 출석했다. 그는 2017년 5월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역사의 흐름은 수많은 보잘것없는 인생들에 의해 이뤄져 왔다”며 “성경에 등장하는 보잘것없는 인생들이 갖고 있는 의미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문학상 녹색문학상 백남학술상 제주문학상 기독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13일 오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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