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천 번 망설이게 한 시청 앞 설교

국민일보

[칼럼] 수천 번 망설이게 한 시청 앞 설교

섬에서도 되는 목회 <9>

입력 2020-03-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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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새예루살렘교회 성도들이 2014년 버스정류장에서 전도활동을 펼친 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개척을 하고 2년이 지난 2007년 5월이었다. 말씀을 읽는데 문득 ‘교회이름을 변경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당시 교회이름은 ‘제주교회’였다. 교단마다 제주교회가 하나씩은 있었는데, 심지어 이단도 제주교회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

이사야서 60장을 묵상하는데 이 말씀이 예루살렘이라는 도시를 향한 예언이라는 감동이 있었다. ‘이거다.’ 그래서 교회명을 ‘새예루살렘’으로 하고 교단본부에 명칭변경 신청을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의견이 의외였다. “너무 이단스럽지 않습니까.”

다시 주님 앞에 무릎을 꿇었는데, ‘그것은 나의 이름이다’라는 마음을 주셨다. ‘그러고 보니 이긴자 베뢰아 다락방 하나님의교회 등 성경의 좋은 이름을 이단이 가져다가 제 것처럼 사용한다. 그래서 오히려 교회가 꺼리는 것이 됐다. 하나님의 것을 교회가 되찾아야 하지 않겠나.’

교회 명칭을 변경하고 장소도 옮겨야겠다는 마음을 주셨다. 성도들에게 2008년 4월 교회를 옮기겠다고 선포했다. 건물주에게도 통지했다. 그러나 계약 만료 1주일 전까지 임차할 장소는 구해지지 않았다.

벽에 붙여 놓은 제주도 지도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며 기도했다. “주님 이 넓은 제주에 이 작은 교회 하나 갈 곳이 없습니다. 다들 교회를 꺼립니다.”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음성이 들렸다. 마치 누가 내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깜짝 놀라 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때 아내도 사택에서 기도하는데, 주님께서 어떤 페이지의 하단을 보라는 감동을 주셨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차를 타고 지역정보지를 들여다보며 전화를 하고 다녔다. 결국, 제주시청이 내려다보이는 건물을 임차했다. 계약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무심코 전화해서 계약한 장소가 아내가 기도 때 보았던 정보지 하단에 있었던 것이다.

2008년 4월 교회를 이전했다. ‘주님, 여기서 우리가 무엇을 하기 원하십니까.’ 하나님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요구하신다고 깨닫게 됐다. 먼저는 이 땅을 위한 중보기도, 그리고 시청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설교하는 것이었다.

기도야 교회에서 하면 되지만, 제주시청 앞에서 전도가 아니라 설교하라는 것은 순종하기가 참 어려웠다. 주님은 이사야 62장 10절을 보여주시며 성문에서 이 땅의 사람들이 주님께 돌아올 길을 닦는 것을 말씀하셨다. 또 구약의 선지자와 신약의 예수님과 사도들이 야외에서 많은 설교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셨다. 감리교를 시작한 존 웨슬리 목사님도 야외에서 설교하지 않았던가.

먼저 매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제주와 국가,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를 시작했다. 그 시간은 계속 깊어졌고, 하나님께서 중보기도자들을 보내주셔서 10명 이상이 전심으로 기도했다.

문제는 시청 앞 설교였다. 두려웠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주신 마음에 순종은 해야 하겠기에 주일 성도들에게 “2009년 9월부터 매주 토요일 1시에 시청 만남의 광장에서 설교하며 전도하겠다”고 선포했다.

9월 첫째 토요일이 됐다. 새벽부터 수천 번 망설이고 고민하면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시청으로 향했다. 따라와 중보기도 하겠다는 아내도 마다했다. ‘거참,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시외버스가 다니는 정거장 앞 벤치에서 30분을 망설이다가 신발을 벗고 올라섰다. 그다음부턴 기억이 나지 않는다. 30분 동안 목이 쉬도록 무엇인가 외쳤다. 사람들이 수군댔다. 여기저기 욕이 나왔다. 그래도 순종했다. 그날부터 꼬박 2년 동안 매주 토요일 그 벤치에 올랐다.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그날 이후 그렇게도 전도가 되지 않던 교회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순종할 때 주님이 일하시는 것을 그렇게 체험했다.

고웅영 목사 <제주새예루살렘교회>

정리=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