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어느 대형 교회의 분화실험

국민일보

[이명희의 인사이트] 어느 대형 교회의 분화실험

입력 2020-03-21 04:01

“현대의 종교인들이 꿈꾸는 세상은 예수 그리스도가 성전을 부수며 사람들을 위해 설파했던 모습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삥을 뜯기 위해 고리대금업을 하던 성전기사단의 재현을 꿈꾸는 것 같다.”

“한국 개신교의 현 상황은 종교 개혁이 일어나기 직전의 가톨릭교회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루터가 관을 열고 세상에 뛰쳐나올 판이다.”

최근 지인들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글들에는 대형교회 세습을 비판하는 유튜브 영상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회가 주일예배를 강행하는 것이 헌금 때문일 수 있다는 기사들이 링크돼 있었다. 세상 사람들 눈에 비친 한국교회의 모습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니 참담하다.

주일성수는 하나님의 지상명령이자 기독교인의 의무다. 일제치하나 6·25전쟁 때 강제로 예배를 중단시킨 경우는 있어도 교회가 자발적으로 예배를 중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365일 새벽기도와 주일예배를 빠지지 않으시는 고향의 내 어머니 같은 많은 기독교인은 예배를 못 드리게 된 현실을 가슴 아파하고 있다. 총칼의 위협과 핍박 속에서도 신앙을 지켰던 믿음의 선배들을 떠올리며 주일 1시간 교회에 모여서 예배드릴 수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고 있는 중이다. 하물며 성도들을 인도하는 목회자들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가뜩이나 ‘가나안 신자’들이 늘고 교인 수가 줄어드는데 자칫 이번 사태로 그런 움직임이 가속화하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교회가 헌금 때문에 주일예배를 강행한다고 곡해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맘몬과 세속주의에 물든 일부 대형교회의 일탈이 세인들을 등 돌리게 한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얼마 전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의 ‘1만 성도 파송운동’ 발표는 그래서 신선하다. 맨손으로 개척해 하나둘 있던 성도가 늘어나고 교회가 부흥하는 것을 보면 어느 목회자가 반갑지 않겠는가. 미자립교회 목사들이 투잡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사모들이 마트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현실에서 돈 걱정하지 않고 목회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은 복이다. 그러니 욕을 먹더라도 어렵게 성장시킨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것일 터. 그런데 그는 자기 교회로 찾아오는 성도들에게 이젠 제발 오지 말아 달라며 현재 있는 성도들도 다른 교회로 내보내겠다고 한다. 7년 전 ‘미자립교회가 이렇게 많고 어렵다고 아우성치는데 너희 교회로만 1년에 4000~5000명씩 등록하는 게 옳은 일이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때 하나님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내후년에 30개 교회로 나눠 성도들을 내보내고 분당우리교회에는 5000명 이하의 교인만 남기겠다고 한다. 30개 교회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완전한 독립교회이며 목회자들도 분당우리교회 부교역자들 절반과 외부 추천을 받은 목회자 절반으로 세울 계획이라고 했다. 5000명 이하로 줄지 않으면 사임하겠다고도 했다. 교육관(드림센터)도 다음 세대를 위해 환원하겠다고 한다.

그는 설교를 마치면서 “주님을 따른다는 것은 날마다 비우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신현욱 교수의 마가복음 해설과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로마서 14장 8절)는 사도 바울의 고백을 인용했다.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정중히 사양하면서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은 준비 기간이고 너무 말이 앞서면 안 되겠기에 조용히 내실 있게 진행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고난을 통해 우리를 단련시킨다. 욥은 처절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하나님께 감사하고 고난 속에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절망과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는 이 시대 한국교회는 더 많이, 더 높이 욕망의 바벨탑을 쌓고 있지 않았는지 회개해야 할 때다.

이명희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