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듯 휘돌아가며 ‘한반도’를 빚어놓다

국민일보

꿈꾸듯 휘돌아가며 ‘한반도’를 빚어놓다

전남 무안 ‘몽탄강’ 주변 비경

입력 2020-03-18 20:12 수정 2020-03-18 21:02
전남 무안군 몽탄면 이산리 ‘느러지’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영산강에 휘감긴 물돌이동이 한반도 모양을 빼닮았다. 아래쪽 나주시 동강면 영산강 자전거길에 우뚝한 전망대에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영산강은 전남 담양 용추계곡에서 발원해 광주와 나주, 무안 등을 적신 뒤 목포에서 바다와 합류하는 남도의 젖줄이다. 이리 휘고 저리 굽으며 흐르는 동안 곳곳에 빼어난 풍경들을 만들었다.

몽탄(夢灘). 우리말로 꿈여울이다. 전남 무안군 몽탄면 일대의 영산강은 몽탄강이라 불린다. 몽탄강 주변에 느러지, 몽탄나루, 식영정 등 명소들이 많다. 특히 저물녘 풍경이 아름답다.

몽탄은 꿈속에서 계시를 받아 건넌 여울이다. 고려 태조 왕건의 전설에서 비롯됐다. 후삼국시대 왕건이 강 건너 나주에 진을 치고 후백제의 견훤과 싸우다 퇴각하던 중 물이 범람한 영산강에 가로막혀 죽을 위기에 처했다. 잠깐 눈을 붙인 왕건의 꿈속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자기를 따라 오라고 한다. 따라가 보니 물이 빠지고 있었다. 황급히 강을 건넌 왕건은 개울가에 군사를 매복시켰다가 뒤늦게 쫓아온 견훤군을 격파한다.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몽탄강 일대에선 몽탄나루와 주룡나루가 규모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다리가 놓이면서 몽탄나루는 이름으로만 남았고, 주룡나루는 여름철 수상 레포츠 명소로 변신했다.

느러지 인근 몽탄나루터 바로 위에 자리한 식영정.

몽탄면 이산리 몽탄나루 옆엔 정자 한 채가 앉아 있다. 식영정(息營亭)이다. 담양 식영정(息影亭)과 다른 곳이다. 조선 중기 승문원 우승지, 영암군수와 진주목사, 남원 부사를 지낸 문신 임연(1589~1648)이 무안에 터를 잡은 이후 1630년 지은 정자다. 특이한 점은 식영정 현판 앞에 ‘연비어약(鳶飛魚躍)’이라는 현판을 하나 더 달아 둔 것이다. ‘시경’에 나오는 말로, ‘솔개가 하늘을 높이 날고 물고기가 펄펄 뛴다’는 뜻이다.

정자 옆에 500년 넘은 팽나무, 푸조나무 8그루가 있고 앞에는 몽탄강이 S자로 굽이쳐 흐른다. 멀리 느러지 들녘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정자 앞마당에서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영산강 몽탄나루다. 영산강 제2경 몽탄노적(夢灘蘆笛·꿈여울에 울려퍼지는 갈대피리 소리) 표석이 있다. 몽탄의 낙조는 이름 그대로 꿈인 듯 황홀하다.

몽탄나루 왼쪽으로 멀리 팔을 뻗어놓은 것처럼 툭 튀어나온 땅이 ‘느러지’다. 튀어나온 지형에 막혀 강물의 유속이 느려져 얻은 이름이란다. 강물이 이 일대에서 크게 휘어지며 한반도 모양의 물돌이동을 만들었다. 건너편 나주 땅에 전망대가 우뚝하다.

몽탄대교와 소댕이나루 중간 강물에 세워진 몽탄진등표.

옛 모습을 간직한 곳도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4년 세워진 키 작고 빨간 ‘몽탄진등표’다. 강물에 설치된 등표로는 국내에서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몽탄대교와 소댕이나루 중간쯤에 있다.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기 전 강물을 오르내리던 숱한 배들의 길잡이 노릇을 했다. 몽탄진등표 인근 강둑엔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다.

하류로 조금 더 내려가면 주룡나루터다. 무안군 일로읍 청호리 주룡마을과 영암군 학산면 매월리 미교 마을을 왕래하던 나루다. 1980년 영산강 하굿둑이 완공되면서 나루 기능을 잃었다.

못난이 주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 ‘못난이동산’.

주룡나루 인근에 ‘못난이동산’이 있다. 하얀색 집 앞 정원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뚱뚱한 몸에 찢어진 눈, 낮은 코의 못난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마릴린 먼놈’ ‘곧 미남’ 등 작품마다 붙은 이름표도 재미를 더한다.

▒ 여행메모
몽탄대교~소댕이나루 자전거 여행
밀리터리 테마파크 등 ‘코로나 휴관’

서해안고속도로 무안나들목에서 빠져 몽탄면 소재지로 간다. 몽탄초등학교에서 좌회전해 2분 정도 가면 식영정과 느러지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몽탄대교에서 소댕이나루를 거쳐 주룡나루까지는 자전거를 타야 영산강의 비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무안의 먹거리는 단연 낙지다. 무안읍내 터미널 뒤에 낙지특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몽탄역 인근 영산강변 명산리 일대에는 장어촌이 형성돼 있다.

무안의 음식은 황토 땅에서 난 마늘, 양파 등과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 무안읍 읍사무소 옆 골목의 식육점은 양파 한우로 유명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초의선사 탄생지와 밀리터리 테마파크는 지난달 26일부터 임시 휴관중이다.

무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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