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서 한 걸음, 숨어 피어난 ‘1919년의 봄’

국민일보

도심서 한 걸음, 숨어 피어난 ‘1919년의 봄’

서울 강북구 역사탐방길

입력 2020-03-18 18:55 수정 2020-03-18 19:03
서울 강북구 우이동 만남의 광장에서 근현대사기념관까지 이어지는 ‘너랑나랑우리랑’ 역사 탐방길을 거닐면 자연과 더불어 휴식을 느끼면서 독립을 염원하던 1919년의 봄을 되새길 수 있다. 손병희 선생이 항일독립운동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1912년에 건립한 봉황각이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봄기운이 물씬한 3월이지만 해외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국내도 여행하기에 조심스럽다. 서울관광재단은 서울 도심에서 가까운 자연과 더불어 휴식을 느끼는 동시에 독립을 염원하는 함성으로 가득 차 있던 1919년의 봄을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지역을 소개했다. 3·1만세 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호)과 독립운동가 묘역, 국립4·19민주묘지 등 근현대사 관련 유적지들이 모여 있는 강북구다.

강북구는 이 명소들을 트레킹 코스로 엮어 ‘너랑나랑우리랑’ 역사 탐방길을 조성했다. 출발지는 우이동 만남의 광장이다. 봉황각을 거쳐 북한산둘레길 1구간 ‘소나무 숲길’의 소나무쉼터와 솔밭근린공원, 북한산둘레길 2구간 ‘순례길’의 국립4·19민주묘지 전망대를 지나 근현대사기념관까지 걷는다. 총 거리가 약 4㎞이며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만남의 광장 시계탑 아래 너랑나랑우리랑건강조은(Zone)센터. 서울관광재단 제공

만남의 광장 입구 북한산 전망 포토존에 서면 우뚝 솟은 북한산 세 봉우리가 또렷하게 보인다. 북한산 정상 백운대를 만경대와 인수봉이 좌우에서 호위하는 듯하다. 본격적으로 걷기 전에 광장 시계탑 아래에 있는 ‘너랑나랑우리랑건강조은(Zone)’ 센터에 들러보자. 너랑나랑우리랑 코스 정보와 혈압, 체성분, 혈당 측정 및 건강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너랑나랑우리랑 스탬프 용지를 받아 우이동 만남의 광장, 소나무쉼터, 4·19 전망대, 근현대사기념관 네 곳에서 스탬프를 다 받으면 코스 주변 음식점에서 10% 할인해준다.

‘너랑나랑우리랑건강조은’ 센터에서 3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봉황각이 나온다. 3·1 만세운동 민족대표 33인의 대표인 의암 손병희(1861~1922) 선생이 항일독립운동을 이끌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1912년에 건립한 교육시설이다. ‘봉황이 깃들어 사는 집’이라는 뜻으로, 봉황과 같은 큰 인물을 길러내겠다는 손병희 선생의 의지가 담겨 있다.

손병희 선생은 잃어버린 나라를 10년 안에 되찾겠다는 신념을 갖고 1912년부터 1914년까지 전국 각지의 수련생 483명을 교육했다. 이들이 훗날 각 지역의 지도자로 성장해 3·1 만세운동을 주도한 것이다. 민족대표 33인 중 15인이 봉황각 수련생이었다. 봉황각을 ‘3·1정신의 발원지’ ‘3·1만세운동의 발상지’라 부르는 이유이다.

봉황각은 역사적 가치 못지않게 풍광도 수려하다. 봉황각 뒤로 백운봉, 인수봉, 만경대, 노적봉, 영봉이 병풍처럼 늘어섰다.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방문하면 북한산 능선이 가장 잘 보인다. 봉황각 왼쪽에는 손병희 선생이 7년 동안 살았던 살림집이 있다. 봉황각과 같은 시기에 지은 건물로, 당시 유물과 손병희 선생의 부인 주옥경 여사의 사진이 남아 있다.

봉황각 맞은편 언덕으로 올라가면 손병희 선생 묘역이 나온다. 뒤로는 북한산이, 앞으로는 도봉산 오봉이 훤히 보인다. 묘역 둘레에 소나무들이 좌청룡 우백호처럼 둘러섰고, 좌우에는 3·1독립선언서 비석과 노산 이은상 선생이 손병희 선생을 기리며 쓴 시비가 세워져 있다.

솔밭근린공원. 서울관광재단 제공

봉황각에서 조금 내려와 북한산둘레길 1구간 ‘소나무 숲길’로 들어선다.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숲길이어서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도 좋다. 북한산에서 가장 많은 소나무를 볼 수 있는 소나무 숲길 구간은 우이동 솔밭근린공원에서 정점을 찍는다. 도심 공원에 소나무 971그루가 군락을 이룬다. 소나무가 뿜어내는 청량한 향기를 마시며 흙길을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휴식할 수 있다.

솔밭근린공원을 지나면 북한산 둘레길 2구간 ‘순례길’로 이어진다. 독립유공자 묘역과 광복군 합동 묘소, 국립4·19민주묘지 등을 지나는 구간이다. 국립4·19민주묘지는 1960년 4·19혁명 때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몸 바친 290명을 기리는 곳이다. 묘지 안에 이들을 기리는 기념탑과 전시 공간인 4·19혁명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근현대사기념관 내부. 서울관광재단 제공

전망대 이후로는 독립운동가 강재 신숙(1885~1967) 선생 묘소와 여러 독립운동가를 소개한 안내판을 차례로 만난다. 근현대사기념관은 우리나라 근현대사 교육 현장이며, 순국선열의 항일투쟁과 민주주의 정신을 기리는 공간이다. 1층 상설전시장은 동학농민운동부터 3·1만세운동, 4·19혁명에 이르기까지의 근현대사 유적, 유물,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3·1독립선언서(1919)와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1946), 해방 이후 출판된 각종 도서 등을 볼 수 있다. 2층 기획실에서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다채로운 기획·특별 전시를 연간 2~3차례 개최한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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