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공적 활용 의지·한진 재무구조 개선 노력 맞물려

국민일보

[단독] 서울시 공적 활용 의지·한진 재무구조 개선 노력 맞물려

송현동 부지 매매 협의, 왜

입력 2020-03-17 20:55

서울시와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 매매와 관련한 협의를 하게 된 것은 공적 활용에 대한 서울시의 강한 의지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지를 매각해야 하는 한진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시가 지난 10~12일 서울에 거주하는 30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민의견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8%가 송현동 부지를 공공이 주도해 공공시설로 개발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민간 주도로 수익형 부동산 개발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13.2%에 불과했다. 송현동 부지에 가장 적당한 시설로는 가장 많은 69.59%(복수응답)가 공원(숲)을 꼽았고 박물관, 전시관이 55.45%로 뒤를 이었다.


서울시가 이 땅을 매입키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은 지난해 2월 한진그룹이 해당 부지를 팔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서울시 관계자는 17일 “지난해 8월부터 대한항공 측과 협의를 시작했다”며 “이후 수차례 만나면서 양측 간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여러 규제로 인해 송현동 부지를 민간이 개발하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봤다. 한진그룹이 민간에 해당 부지를 매각한다고 해도 도시계획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상업적 개발은 어렵기 때문에 공적 활용을 위해 서울시가 매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송현동 부지 매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려는 포석도 있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민간 매각의 길이 열리면 개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생기고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어 공적 활용을 위한 매입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도 오는 27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의 성과를 내야 하는 처지다.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하는 상황에서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송현동 부지 매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反)조원태 연합군에 속한 KCGI가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의 경영 성과가 실패 수준이라고 비판하고 반(反)연합군의 또다른 축인 반도건설이 한진칼 추가 지분을 취득하는 등 주총에서 세 대결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매각을 서두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매매가 성사될 경우 대한항공은 비수익 유휴자산 매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올린다는 명분을 쌓을 수 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산업 위기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자금난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숲공원으로 조성할 경우 새 광화문광장 조성과 조선시대 의정부 터 복원사업과 연계해 시민의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도심 내 역사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그랜드 플랜’이 가능하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박원순 시장이 새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주민 토론회에서 숲공원을 조성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송현동은 동서로는 서촌-경복궁-창덕궁을 잇고 남북으로는 북촌, 인사동을 잇는 주요 역사·문화관광 축에 있다. 또 북측에는 청와대, 동측에는 헌법재판소, 남측에는 정부서울청사 등 주요 국가기관이 위치하는 중심지라는 점에서 입지의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한진그룹 내 주총과 이사회 의결 등 절차가 남아 있고, 매입 자금 마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의 국가적 상징성을 감안해 중앙정부와 매입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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