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며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며

입력 2020-03-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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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만큼 우리 삶을 순식간에 뒤바꾸어 놓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모여서 예배하지 못한 지 4주째 접어들면서 어느덧 일상에 일어난 많은 변화들이 하나둘씩 자연스러워져 가고 있다. 처음에 느꼈던 당황스러움과 달리, 이제 홀로 카메라를 보며 성도들과 말씀을 나누는 일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당회와 교역자 회의도 화상회의로 진행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졌고, 기침 예절과 손 씻기가 몸에 밴 지 오래다. 기약 없이 흘러가는 시간들이 무심하게 느껴질 뿐, 재난이 불러온 변화들이 어느덧 우리 삶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 같다.

얼마 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비해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 이번 재난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삶의 변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가 될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됐다. 만성질환을 갖게 된 사람이 식습관을 비롯해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받아들여야 하듯이, 지금의 우리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냉정하지만 현실적인 메시지였다.

실제로 수년 전 유행했던 메르스(MERS)로 인해 크게 변한 것이 있다면 병문안 문화다. 당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병원 내 감염이 매우 심각했다. 이를 막기 위해 외부인의 병원 출입을 매우 강력하게 차단하는 조치들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웬만한 병원은 병문안 시간과 인원을 제한한다. 아무 때나 여러 사람이 병문안하는 일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교회의 환우 심방 문화 역시 달라져야 했다. 예전에는 구역 단위로 많은 사람이 환우의 병실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하는 일이 보통이었다. 그때는 그것이 신앙과 사랑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병원 심방이 쉽지 않을뿐더러, 성도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져 그런 방식의 병원 심방을 서로 점점 더 반기지 않는 것 같다. 재난이 하나의 문화를 바꾸어 놓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들, 그리고 앞으로 가져올 변화들은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변화들은 이번 사태가 지나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식과 문화로 오래도록 자리매김할 것이다. 따라서 교회와 성도들은 이러한 변화들을 인정하고 새로운 일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변화는 반드시 본질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다. 모이지 않고 흩어져서 가정마다 드리게 된 주일예배가 예배의 본질에 대한 신학적 물음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처럼, 이제는 우리의 교회 됨 자체에 대한 물음이 계속해서 제기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목양이 예배당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한다면 이제는 어떻게 성도들의 일상 가까이에서 성도들을 목양할 것인지에 대한 목회자들의 사고와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성도들 역시 일주일에 한두 번 교회당에 가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신앙 양식의 전부로 생각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일상에서 흩어진 교회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과 실천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분명 전통적인 교회의 양상을 많이 바꿔 놓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경우엔 교회를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역사 이래 하나님의 백성들은 여러 극한 상황의 변화 속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통해 신앙을 유지하고 전수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재난이 가져올 사회와 교회의 변화 속에서도 신실하게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믿고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는 우리가 모두 되길 기도한다.

송태근(삼일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