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자취] 100권 넘는 저술 ‘역사 대중화’ 큰 몫

국민일보

[삶의 자취] 100권 넘는 저술 ‘역사 대중화’ 큰 몫

재야사학자 이이화 별세

입력 2020-03-19 04:08

이이화 원로 역사학자가 18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고인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대중 눈높이에 맞는 친숙한 역사서를 꾸준히 펴내며 ‘역사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36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린 시절 전북 익산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학교를 보내주지 않아 한문과 사서(四書)를 배우며 유년기를 보냈다. 고학을 하다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문예창작과에 들어갔지만 중퇴했다. 고인은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고전번역원 전신인 민족문화추진회에 들어가 고전을 번역했고, ‘허균과 개혁사상’ ‘척사위정론의 비판적 검토’ 등의 글로 명성을 쌓았다. 계간지 ‘역사비평’을 펴내는 역사문제연구소 창립에 관여했으며, 이 연구소의 2대 위원장을 지냈다.

저서 가운데 ‘한국사 이야기’(전 22권)가 유명하다. 개인이 내놓은 한국 통사로는 가장 스케일이 크다. 1995년 집필을 시작해 2004년에 완간한 이 작품은 여타 한국사 책들과 달리 민중사와 생활사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사 이야기’ 외에도 ‘인물로 읽는 한국사’ ‘만화 한국사’ ‘주제로 보는 한국사’ 등 100권 넘는 책을 발표했다.

통념에 어긋나는 주장으로 관심을 끈 적도 많았다. 그는 민족주의 사관을 배격할 것을 주문하면서 이순신 장군이나 독립운동가 김구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리곤 했다. 단재상과 임창순 학술상을 수상했다. 2014년에는 원광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고,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도 맡은 바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희씨와 아들 응일씨, 딸 응소씨가 있으며,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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