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쏟아내지만… 바닥민생엔 ‘그림의 떡’ [이슈&탐사]

국민일보

정부 대책 쏟아내지만… 바닥민생엔 ‘그림의 떡’ [이슈&탐사]

[코로나19가 던진 비명의 사슬] ③ 닿지 못한 정책 온기

입력 2020-03-19 04:01

혼자 사는 최미자(가명·65)씨는 태어난 달 10월을 기다린다. 만 나이로 지급되는 기초연금 30만원이 간절해서다. 일당 9만원짜리 식당일을 전전하며 살던 최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수입이 끊겼다.

20년 넘게 식당일을 했지만 어떤 식당이 직장인지 그녀는 말할 수 없다. 일손 필요한 곳에서 그날그날 부르는 거라 어떤 날은 서대문 중국집에서 야채를 다듬고, 어떤 날은 용산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는 식이다. 몇 개월 한 군데서 일한 적도 있지만 1년을 채우는 건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잘리면 받는 퇴직금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직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소득 근로자에게 주는 근로장려금도 그의 몫이 되기 어려웠다. “일당을 준 가게에서 국세청에 내역을 신고하면 근로장려금이라고 1년에 몇 십만원이 또 나와요. 그런데 이렇게 아예 일을 못하면 그것도 받을 수 없어요.”

그녀는 2, 3월 하루씩 일해 18만원을 벌었다. 재난이 터진 도시에서 밑바닥 일자리는 불안정성을 드러내며 가장 빨리 사라졌다. 기초생활수급은 따로 사는 30대 딸이 취업하면서 신청 자격도 갖추지 못했다.

“어떤 게 가장 급하세요?”

“식사야 김치에다 먹으면 되고, 다른 건 없으면 안 쓰면 되는데 방세가 급해요. 50만원인데, 지난달에도 못 줬어요. 혈압 약 이런 건 괜찮으니 방세라도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최씨는 망원동에서 보증금 300만원짜리 30년 된 빌라 방에서 산다. 생존의 문제를 겪고 있는 최씨에게 정부가 코로나19 파급효과 최소화를 위해 내놓은 민생경제 종합대책,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은 도움이 될까.

정부 대책에는 현금 지원이 없어 수입이 ‘0원’인 최씨가 방세를 내려면 빚을 져야 한다. 보증이나 신용이 없는 최씨는 일반 대출은 생각도 못한다.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대책으로 임금감소 생계비 융자 요건을 중위소득 이하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한 사업장에서 45일 이상 일했다는 증명이 돼야 가능하다. 매일 일터가 바뀌는 최씨 같은 일용직 대다수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

정부는 최씨가 마지막으로 일했던 중국집 등 소상공인 대책으로 임대료 지원과 소상공인 전용 융자 지원 등을 내놨다. 하지만 최씨에게 일자리가 다시 생기지는 않았다. 흔히 말하는 ‘낙수효과’는 없었다는 뜻이다.

다른 민생안정 대책도 최씨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부는 휴업에 따라 임금이 줄어든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해 생활안정자금 지원을 늘리기로 했지만 최씨는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생계비 융자 지원이 강화된 관광·공연업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다.

관광업 내에서도 정책의 빈 곳은 여전했다. 서울의 대형 A호텔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직원들은 이번 코로나19 확산으로 직장을 잃게 됐다. 감염병 여파로 손님이 줄면서 호텔은 10개층을 아예 닫았다. 해당 층 객실 관리 협력업체 직원 70여명도 실직했다. 20일부터는 호텔 내 식당 한 곳을 뺀 모든 식음료 매장도 문을 닫아 협력업체 직원 30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관광업 특별대책 발표 후에도 상황은 그대로다. 고용노동부가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강화키로 했지만 호텔의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미 호텔에서 나온 이들은 생활안정자금 융자 신청도 못 한다. 생활이 어려워 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체했던 경우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근로자 B씨는 18일 “호텔과 관광업종에 대한 대책이 나왔다는 건 알지만 현장에서는 별다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협력업체 직원의 경우 인력업체 소속이라 이번 대책에 해당되지 않고 호텔 측에서도 해주는 게 없다”고 했다.

정책의 온기는 더디고 약했다. 대구에서 롤러장을 운영하던 박대성(가명·39)씨는 파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주말 평균 400만~500만원 나오던 매출이 지난달 말부터 3만원 이하로 고꾸라졌다. 가게 월세와 관리비, 대출이자 등 월 고정 지출 1000만원은 줄지 않았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하고 특별대출, 임대료 지원 등 각종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을 쏟아냈지만 이미 한계 상황이 왔다. 박씨는 “주변 사장님들은 대출받는 데 6주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 그 기간 버틸 여력이 안 된다”고 했다.

1. “훔쳐 먹든 주워 먹든 해야 할 판” 실직 도미노
2. “차라리 코로나 걸렸으면” 전 재산 1만6300원 실직 일용직
4. “오늘 밤에라도 당장 돈 줘야” 취약층 생존 한계

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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