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라도 당장 돈 줘야” 취약층 생존 한계 [이슈&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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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라도 당장 돈 줘야” 취약층 생존 한계 [이슈&탐사]

[코로나19가 던진 비명의 사슬] ④미증유 사태엔 속도전

입력 2020-03-19 04:02

“오늘 밤부터라도 당장 돈을 줘야 한다. 시급하다. 빚도 못 갚고 망하게 생긴 사람에게 최대한 빨리 줘야 한다.”(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생존 문제가 걸린 사람이 많다. 3월도 일 못하고 빚 내 살았는데 4월도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당장 ‘한숨’ 돌릴 수 있는 정도라도 바로 줘야 한다. 방식을 둘러싸고 논쟁하다 시기를 놓친다.”(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저소득 취약계층 대상 현금 지원책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었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본수당 개념에는 이견이 있었지만, 구호자금 성격의 긴급 현금 지급에는 한목소리로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방값, 빚, 생계비의 압박에 허덕이는 계층에게 당장 50만~100만원 정도를 한시적으로 지급해 극한의 고비를 버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민일보가 18일 복지·경제 분야 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한 자문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현금성 지원에 반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취약계층의 범위를 기존 사회보장제도 경계에 있던 사람들까지 확대하고, 집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소득 삭감으로 버티는 데 한계가 온 계층에 당장 숨 쉴 틈을 마련해 주라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속도가 중요하다. 규모를 크게 하면 속도는 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포인트를 짚어 빨리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미 있는 예비비 등의 항목을 변경해서 써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이미 편성돼 있는 정부 예산이라도 신속하게 집행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은 행정의 정밀성을 따질 겨를이 없다. 한두 달 우선 지급하고 추후 조정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노 소장은 “수당이 아니라 구호 개념으로 당장 최소한의 생계비를 주자는 뜻”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원 대상에 비수급 빈곤층 등 기존 복지체계 외곽에 있던 경제 취약계층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은 “현재는 특단의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사람들까지 취약계층의 범위를 넓혀 봐야 한다”며 “여기에는 고용 관련 취약계층인 비정규직과 실직한 일용직 노동자, 노인일자리사업 대상자, 영세 자영업자 등이 다 포함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취약계층의 대상과 규모는 결국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방 정부가 추려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급 가능한 생계비는 얼마 정도일까. 노 소장은 “월 100만원을 벌던 일용직에게 절반이라도 줘야 최소한 굶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며 “일거리가 사라진 이들에게 한시적으로 두세 달간 50만원 정도를 지원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수명 대림대 사회복지과 교수도 “최저생계비에 대한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50만~100만원 정도면 저소득층에게 응급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기초연금 20만~30만원으로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듯 구호 자금을 전달하려면 그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며 “국가 재정 상황을 고려해 인당 50만~100만원을 지급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지급 기간에 대해선 “구직 기간을 고려해 최장 270일 동안 실업급여를 지급하듯, 현금 지원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거나 지급 대상자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시작할 때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현금과 현금성 지원의 적절한 조합이 효과적일 것으로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당장 감염병 사태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에게는 일종의 실업수당 식의 현금 지원을 해주고, 저소득층 중에서도 일을 못 나가거나 생계가 어려운 이들에게 푸드 쿠폰 등을 나눠주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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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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