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찮은 원·달러 환율… 외환 불안 막는 게 급선무다

국민일보

[사설] 심상찮은 원·달러 환율… 외환 불안 막는 게 급선무다

입력 2020-03-20 04:01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국이 통화·재정정책을 모두 포함한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백약이 무효다. 장이 열릴 때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공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시장참여자들이 주식은 물론 원유 등 원자재에다 미 재무부 채권·금 같은 안전자산까지 팔아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미 국채처럼 현금과 거의 다름없는 취급을 받아온 자산 가격까지 동반 급락(채권 금리는 상승)하는 건 유례없는 현상이다. 그 근저를 흐르는 메커니즘은 ‘달러 구하기’다. 전례 없는 수요·공급 복합 불황 가능성이 커지자 시장참여자들이 ‘궁극적인’ 안전자산인 달러로 회귀하고 있다. 급격한 미·유럽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금융사들이 환매 요구에 몰려 다른 자산을 팔아넘기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가 원화 자산이라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달 중순 이후 한국 주식과 채권을 연일 대규모로 팔고 한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코스피가 19일 8% 넘게 폭락해 1450대까지 후퇴한 것도 외국인 매도물량이 주도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0원이나 뛴 1285.7원에 마감했다. 11년 만에 최고치다. 환율 수준도 수준이지만 가파른 속도가 더 무섭다. 원·달러 환율은 6거래일 만에 130원 가까이 올랐다. 이날 청와대 주최 첫 비상경제회의는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초저금리 대출인 긴급 경영자금 신규 지원 규모를 12조원으로 확대한 것,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받는 대출에 대해 5조5000억원 상당 특례보증 공급, 영세 소상공인에 대해 3조원 상당의 보증 지원 프로그램 등은 꼭 필요한 조치들이다.

하지만 외환시장 불안에도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기업·금융사가 보유한 외화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해 생각지도 않은 외부로부터 위기가 닥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원·달러 환율 2000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1500원 근처에서 한국 경제가 갈림길에 섰던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 경제위기의 실마리가 항상 외환시장 불안에서 왔음은 역사의 교훈이다.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과 실체도 모호한 펀더멘털을 믿을 때가 아니다.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환율 안정책은 원·달러 통화 스와프일 것이다. 미 연준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에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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