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으로 안되는 ‘저항성 고혈압’ 수술로 치료한다

국민일보

약으로 안되는 ‘저항성 고혈압’ 수술로 치료한다

국내 연구진 ‘복강경 수술법’ 제시

입력 2020-03-23 19:28
복강경 수술로 저항성 고혈압을 치료하는 방식. 복강경 장비의 끝 부분으로 콩팥 동맥 외부를 감싸고 전기 에너지를 흘려보내 교감신경을 차단한다. 서울대병원 제공

전체 고혈압의 약 10%는 3가지 이상의 고혈압약을 처방해도 듣지 않는다. 이런 환자의 대부분은 뇌졸중, 심혈관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고생하다 숨진다.

이처럼 약물 등 내과적 치료에 한계를 보이는 ‘저항성 고혈압’을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제시됐다. 다만 아직은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확인한 수준이어서 향후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정창욱, 순환기내과 최의근 교수,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박성민 교수는 충북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공동 연구를 통해 복강경 수술을 통한 신경 차단으로 혈압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콩팥(신장) 주변 교감신경을 차단하면 혈압이 조절된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져 있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콩팥 동맥 속으로 가느다란 카테터(금속관)를 넣어 혈관 외벽을 지나는 교감신경을 차단하려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방식의 근본 한계를 찾아냈다. 환자의 절반 가량은 지름 3㎜ 이하 가는 동맥을 가져 카테터를 혈관 속으로 넣을 수 없다. 또 신경의 약 30%는 동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혈관 내부에 넣은 카테터로 바깥에 존재하는 신경을 완전 차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복강경 수술 장비의 끝 부분으로 콩팥 동맥의 외부를 360도 감싼 뒤 일정 온도의 전기 에너지를 흘려보내 신경을 차단하는 스마트 제어 기술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혈관 손상은 없으면서도 근처 교감신경은 물론 떨어진 곳의 신경도 완전히 차단할 수 있게 됐다. 복강경 수술은 배를 절개하지 않고 2~3개의 작은 구멍을 낸 뒤 특수 카메라가 부착된 내시경을 넣어 보면서 수술하는 방식이어서 부담이 적다.

연구팀은 4마리 돼지의 양쪽 콩팥에 새로운 방법의 신경 차단술을 적용해 혈압 변화 효과를 확인했다. 돼지와 사람의 콩팥 크기 및 위치는 유사하다.

박성민 교수는 “전통적 내과 질병을 외과 수술법과 첨단 공학의 도움으로 극복한 것은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비뇨임상연구’ 최신호 표지 논문으로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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