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대기 꽂기’보다 못한 비례대표 졸속 공천

국민일보

[사설] ‘막대기 꽂기’보다 못한 비례대표 졸속 공천

입력 2020-03-23 04:03
여야가 편법적인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도 모자라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마저 졸속으로 공천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오직 이념 대결만 염두에 둔듯 ‘전사’를 공천하는 데 급급한가 하면,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한 지 단 며칠 만에 뚝딱 후보를 내는 등 공천 과정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런 배경에는 공천 명분이나 과정이야 어떻든, 아무나 꽂아도 지지자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찍어줄 것이란 거대 양당의 오만함이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에 이어 공관위원장까지 친(親)조국 인사로 채웠다. 또 김호범 부산대 교수를 비롯해 공관위원 절반이 같은 부류다. 과연 이런 구성으로 원래 취지인 직능 대표성과 전문성을 골고루 반영한 비례대표 후보들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의 성격 자체를 ‘조국 수호당’으로 각인시켜 정쟁의 떡고물을 챙기겠다는 포석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여권의 또 다른 비례당인 열린민주당도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조 전 장관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 연루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후보로 내세우는 등 ‘묻지마 공천’ 대열에 합류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한선교 전 대표 사퇴로 지난 19일 원유철 대표 체제가 새로 출범하고 공관위도 재구성되면서 23일까지 4일 만에 공천을 마무리하는 속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당은 앞서 비례 명단까지 발표했지만, 통합당이 반대해 명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새 공관위가 이전 공관위의 500여명 후보들에 대한 심사 자료를 참고한다지만 이마저도 ‘3분 면접’으로 만들어진 부실한 자료라는 지적이 많아 내실 있는 심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거대 양당 스스로 47명의 ‘1인 헌법기관’이라는 비례대표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