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코로나·방사능과 떨어져 감각 깨우기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 코로나·방사능과 떨어져 감각 깨우기

입력 2020-03-2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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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크게 진통하고 있다. 지금껏 수천명이 죽고 수십만명 이상이 감염됐다. 감염되지 않았더라도 직간접적 피해를 본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개최를 고집하고 있다. 핵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현지에서 성화 봉송, 경기 개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선수촌 공급 등의 계획을 세웠다. 일본 국민조차 70%가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고 있으니 재고해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가 난 지 벌써 9년째다. 사고 지역은 아직도 방사능 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고 지역만이 아니라 일본 전역, 전 세계가 지금도 방사능의 위협을 받고 있다. 사고 당시 녹아내린 사용후핵연료에서는 방사능 오염수가 지금도 계속 나온다. 핵연료를 식히면서 나온 물을 정화작업 후 대형 물탱크에 넣어두는데 현재 사고 부지에 쌓인 것이 120만t이라고 한다. 지금도 놓을 곳이 없음에도 매일 170여t씩 늘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염 농도를 국제기준에 맞춰 태평양에 방류할 생각이다.

아무리 무엇이든 다 받아주는 바다라지만, 이래선 안 된다. 바다는 물고기뿐 아니라 지구 생명 모두의 일생에 영향력을 미친다. 더구나 후쿠시마 저장 탱크의 오염수에는 스트론튬 등 암을 유발하는 고농도 방사능이 아직 여전하다. 바다로 흘려보내선 안 된다. 그곳 바다는 우리나라는 물론 지구상 모든 나라와 경계 없이 연결된 모두의 것이다. 원전 부지 내에 장기 보관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일 9년 전 후쿠시마에서의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의 코로나19 상황 이상으로 심각했을 것이 뻔하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김에 우리 상황도 한번 돌아보자. 일본보다 원전 수가 적긴 하지만 좁은 땅에 24기가 돌아가고 있다.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다. 사고라도 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진통은 언제고 끝날 것이다.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인류 문명 지속을 위한 성찰의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바이러스 억제를 위한 긴급조처가 열병을 앓는 지구엔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가 둔화돼 산업 생산속도가 늦어지고, 여행이 제한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줄었다. 중국 배출량만 4분의 1이 줄었다고 한다. 문제가 해결되면 응당 회복돼야 하겠으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선 모두의 풍성한 삶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싶다. 그러면 최악의 기후 위기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아파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사회 붕괴가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53개국 1만명이 넘는 과학자들은 이미 기후변화로 예고되는 위기가 비상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코로나19 이상의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 원전 사고다. 환경운동에 첫발을 내디딜 때 핵이 주는 위험이 가장 위협적이라 보고, 원전 홍보물을 거꾸로 읽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당시 국내 원전은 9기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3배가량 늘었다. 우리의 필요에 따라 늘어난 것일까. 과다한 탐욕에 의한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자. 그래야 내 것 아닌 것을 누려온 것을 회개하며 되돌릴 용기를 낼 수 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코로나19와 방사능에 의한 소리에 귀 기울인다. 무뎌진 우리 마음을 안타깝게 바라볼 주님(막 8:17)에 기대가 감각을 깨운다. 감각을 깨워 어린 마음으로 아파하는 생명의 신음을 듣는 순간, 우리 안에 치료가 시작될 것이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