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데이터 시대, 데이터에 대한 권리

국민일보

[경제시평] 데이터 시대, 데이터에 대한 권리

고학수 (서울대 교수·인공지능법학회 회장)

입력 2020-03-24 04:02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그 와중에 많은 국민이 큰 관심을 가지고 매일 확인하는 것이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데이터다. 이처럼 우리는 이미 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다. 올 1월에 개정된 데이터 3법이 월에 시행되기 시작하면 데이터 시대로의 변화가 더욱 가까이 느껴질 전망이다.

데이터 시대로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계 수준의 인공지능 기업들을 보면 데이터가 정말로 중요한 것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데이터 시대로의 변화를 실감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 흔히 불린다. 그 자체로는 큰 가치가 없지만 정제를 하고 나면 엄청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법제도의 시각에서 보자. 원유는 발굴, 시추, 정유, 유통 등의 여러 단계에서 각기 다른 법제도의 적용대상이 된다. 나라에 따라서는 국가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경우도 있고, 민간의 역할이 훨씬 더 강조되기도 한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의 수집, 분석, 처리, 활용, 보관 등에 대해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른 정책적 태도가 나타난다.

근래에는 데이터를 햇빛에 비유하는 경우도 있다. 일상에서 상시적으로 생성되고 접하게 되는 자원이라는 취지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는 위치정보를 포함해 일상생활을 매우 세밀하게 반영하는 데이터가 생성된다. 태양열을 이용해 발전을 하듯이, 이러한 원시 데이터를 가공해 유용한 자원을 만들어낼 수 있다. 태양열 발전을 통해 만들어낸 전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데이터로부터 자원을 만들어 이를 이용하고 유통하는 것이 자유롭게 허용될 수도 있고,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될 수도 있다.

데이터를 인프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공공의 영역에서는 교통 인프라에 비유해서 이해할 수도 있고, 민간 영역에서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매개 역할로 파악할 수도 있다. 데이터를 인프라로 이해하면,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고 이를 활용하기 편리하게 해주는 한편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아 가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데이터 거래소나 빅데이터 플랫폼에 관한 논의는 이 맥락의 노력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플루토늄으로 비유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매우 유용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자칫 잘못된 용도로 쓰이기 시작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 시각에서는 데이터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와 법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강조된다. 이처럼 데이터는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다양한 시각이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시각이 더 강조되는지에 따라 데이터 사회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모든 데이터가 똑같은 수준으로 중요하거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한 데이터도 있고, 오늘은 중요하지만 내일은 중요하지 않은 데이터도 있다. 코로나19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시간과 공간에 관한 정보가 함께 있어야 가치를 가지게 되는 유형의 정보도 있다. 데이터는 서로 동질적이지도 않아서 한곳에 모아둔다고 당연히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데이터에 대한 권리관계를 논의하면서 법적 소유권 개념에 대해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정법 시각에서 보면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 개념은 존재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데이터에 대해 필요할 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반대로 꼭 필요한 것이 아닐 때에는 접근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식으로 접근권에 대한 효과적 통제와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향이다.

고학수 (서울대 교수·인공지능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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