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권펀드 등 금융안정 조치 실행 속도 높여야

국민일보

[사설] 채권펀드 등 금융안정 조치 실행 속도 높여야

입력 2020-03-24 04:03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소비와 생산, 투자 등 실물경제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실물 부문의 상황을 선반영하는 금융의 특성상 주가 금리 환율 등 주요 지표도 요동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정책 당국의 최우선 과제 두 가지를 든다면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업·개인의 피해 구제, 둘째는 실물 부문의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금융시장 중에서도 기업의 중장기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 시장과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 시장이다. 기업 실적과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이 깊어지면서 신용시장(credit market)으로 불리는 이들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저금리로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회사채를 많이 발행했으나 국고채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6조5000억원의 차환 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4월 회사채 위기설’이 돌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콜, 환매조건부채권(RP), CP 등 단기자금 시장의 여건 악화다. 증권사들은 초단기 자금인 콜 차입이 원활하지 않으며, 기업들은 만기가 3월 말을 넘기는 CP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사정이 장기화하면 기업 부도와 금융기관 부실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도 기업 신용 경색 가능성을 인식해 24일 대통령 주재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한다. 회사채 등을 사들이는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최소 10조원이 배정되는 등 전체 규모가 27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힘든 기업을 위한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에도 6조7000억원을 배정한다. 일단 급한 불은 끌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 특히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이들 프로그램의 실행 속도다. 2008년 채권안정펀드 설정과 자금 모집에 약 1개월이 걸렸다. 하루하루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실행이 이처럼 늦어진다면 시장 불안은 다시 재연될 게 뻔하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