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네 시간은 다 찼다” 다른 일 명하신 주님

국민일보

[칼럼] “네 시간은 다 찼다” 다른 일 명하신 주님

섬에서도 되는 목회 <10>

입력 2020-03-2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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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웅영 제주새예루살렘교회 목사(오른쪽 아래)가 2011년 8월 교회 청소년과 함께 제주 지역 땅밟기 기도를 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2008년 교회를 제주시청 부근으로 이전할 때 일이다. 성도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는 일이 일어났다. 승용차로 20분 정도의 거리로 이전하는데 그 이유가 어이가 없었다. “목사님, 죄송하지만 교회가 너무 멀어져서 올 수 없습니다.” 제사와 학업 문제로 어린이들이 한꺼번에 떠나간 후 두 번째 경험한 문화충격이었다. 생각지도 않게 또다시 개척을 하게 됐다.

이전에 있었던 성도들은 대부분 초신자였다. 하지만 시청 광장에서 노방설교를 한 이후 교회에 오기 시작한 성도들은 신기하게도 중보기도자와 예배자, 사역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하나님을 향한 갈망으로 가득한 이들이 모이면 30여명의 찬양과 기도 소리가 마치 수백명 이상이 찬양하고 기도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설교 전 1시간을 찬양하고 기도했고 예배가 끝난 후에도 찬양을 크게 틀어 놓고 한 시간씩 기도했다. 시청설교는 먼저 소형 앰프로 찬양을 틀고 함께 찬양했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축복을 선포하고 설교했다. 설교 내용은 프린트해서 전도지로 사용했다.

설교를 시작하면 아내는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지금 우리 목사님이 설교하는 내용입니다. 읽어 보시고 들어 보세요”라며 배포했다.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설교를 들을 수 있으므로 요한복음으로 5~10분 설교를 준비했다. 예수님이 누구인지에 대한 9개의 설교를 갖고 매주 한 설교씩 반복해서 전했다.

요한복음 14장 6절 예수님만이 진리이신 것을 설교할 때 일이다. 갑자기 50대 아주머니가 달려와서 갖고 있던 백을 나에게 있는 힘껏 던졌다. 그 아주머니는 백을 다시 들고 벌벌 떨면서 “너 나한테 하는 소리지”라면서 소리를 지르고 도망쳤다. 인사불성으로 취한 이들이 와서 시비를 걸고 설교 내용마다 트집을 잡고 야유와 욕을 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매주 토요일 설교를 거듭하는 동안 내 영 안에는 기쁨과 담대함이 커졌다. 술 취한 사람, 귀신 들린 사람, 거리에서 노숙하는 이들과 지나가는 모든 영혼이 불쌍하게 보이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서울 사역이 있어서 토요일 시청광장 설교를 두 주간 비운 적이 있었다. 다시 설교하는데 광장을 청소하던 분이 와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목사님 왜 지난 두 주간 나오지 않았나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리고 노숙자 한 명이 와서는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왜 지난주에 오지 않았나. 설교 들으려고 왔는데 없어서 궁금했어.”

그날은 가슴이 벅차올라서 오히려 설교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나는 광야에서 아무도 듣지 않는 설교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곳에도 설교를 듣는 이들이 있었고 하나님은 그들을 위해 나를 세우신 것이다.

또한 이렇게 홀로 광장에서 설교하는 목사를 불쌍하게 여겼는지 자발적으로 전도에 참여하는 성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역이 있어서 자리를 비우면 성도들이 자리를 지켜주었다. 2년이 다 됐을 때 새벽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너의 시간은 다 찼고 다른 일을 위해 준비하라”는 감동을 주셨다.

아쉬웠지만 성도들에게 이제 시청광장에는 안 나가겠다고 광고했다. 그 후에 아시아나항공에서 일하는 남자 집사님이 와서 이런 말을 했다. “목사님이 2년간 닦아 놓은 설교 자리가 너무 아깝습니다. 제가 목사님 대신 토요일마다 설교해도 될까요.”

참으로 하나님은 놀라우신 분이다. 그 후 2년간 집사님은 나보다도 더 강력하게 말씀을 선포했다. 그다음 2년이 지난 후 다른 교회 전도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방법으로 계속되고 확장된다. 우리는 순종할 따름이고 그 과정도 열매도 모두 주님의 것이다.

고웅영 목사 <제주새예루살렘교회>

정리=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