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봄꽃에 春情이… 녹슨 철길엔 사랑이…

국민일보

노란 봄꽃에 春情이… 녹슨 철길엔 사랑이…

옛 정취 찾아 경기도 양평으로 봄나들이

입력 2020-03-25 20:22
이른 아침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강물 너머 산 위로 떠 오르는 아침 해가 주변을 붉게 물들이며 황홀한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바로 앞 느티나무와 돛배가 낭만적인 풍경을 더하고 있다.

완연한 봄기운을 타고 꽃소식이 중부지방까지 찾아들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나들이 떠나기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봄맞이를 포기할 수 없다면 수도권 가까운 곳을 잠시 다녀와도 괜찮을 듯하다. 사람이 많이 찾는 번잡한 곳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평일 또는 아침 일찍 사람이 덜 붐빌 때 찾으면 된다.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아침을 맞고 싶다면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가 제격이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진 촬영장소로도 인기다.

두물머리의 터줏대감은 수령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다. 세 그루의 느티나무가 마치 한 그루처럼 우산 모양을 형성한다. 이곳은 일출 명소다. 장엄한 산상(山上) 일출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강물 건너 멀리 산줄기에서 오르는 햇빛이 강렬하다. 잔잔한 강 위에 떠 있는 돛배가 낭만적인 풍경을 더한다.

중앙선 신원역 인근에 조성된 몽양여운형생가.

두물머리에서 멀지 않은 양서면 신원리 중앙선 신원역 인근에 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이 있다. 신원리 묘골은 몽양 선생이 1886년 출생해 1908년 서울로 이사할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생가는 6·25전쟁 때 소실됐다가 2011년 복원됐다. 그는 일제강점기 국채보상운동에 나섰고 상하이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했다. 광복 이후 중도좌파 대표로서 김규식 대표가 주도한 중도우파와 좌우합작위원회를 구성해 통일정부 실현에 앞장섰다. 1947년 5월 극우청년 암살자의 총탄에 쓰러졌다. 몽양 생가 입구에는 유품과 자료 등을 전시하는 몽양기념관이 건립돼 있다.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휴관중이다.

파란 지붕과 노란 산수유꽃이 어우러진 내리마을.

양평군 개군면 산수유마을은 봄꽃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주읍리와 내리 두 곳이 대표적 명소. 두 마을 모두 100년 이상 된 산수유 수천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요즘 온통 노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춘정(春情)을 일깨우는 봄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전남 구례 산동마을 등에 비해 입소문이 나지 않아 덜 붐비는 것도 장점이다. 호젓한 가운데 봄을 즐길 수 있다. 주읍리에서 산수유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장소는 마을회관에서 시작해 마을을 한 바퀴 도는 소담한 마을안길. 온통 노란 산수유꽃 아래 시골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옛 정취는 지평면에 있는 구둔역에도 남아 있다. 구둔역은 1940년 4월 중앙선 간이역으로 문을 열었다. 청량리~원주 복선화 사업으로 노선이 변경되면서 2012년 폐역의 수순을 밟았다. 과거 흔적을 뒤로한 채 퇴역한 노병처럼 주름 깊은 은행나무 한 그루, 엔진 식어버린 전동차와 녹슨 철길을 친구삼고 있다.

목조 양식의 구둔역은 2006년 등록문화재(296호)로 지정됐다. 대합실에는 열차가 오가던 시절의 시간표와 매표소 유리창 등이 빛바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역사 옆에는 빨간 벽돌과 나무 한 그루가 어우러진 ‘고백의 정원’이 있다.

구둔마을은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임진왜란 때 한양으로 넘어서는 언덕길에 아홉 개의 진지가 있어 ‘구둔(九屯)’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란 때마다 격전의 현장이었다.

구둔역 녹슨 폐철길을 손잡고 걸어가는 연인.

아픈 과거를 뒤로한 구둔역은 이제 사랑이 녹아드는 곳이다. 구둔역이 화려한 조명을 받은 것은 수지를 ‘국민 첫사랑’으로 만든 영화 ‘건축학개론’ 덕분이다. 극 중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의 풋풋한 장면이 담긴 이곳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었다. 녹슨 철길에는 봄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아 있다. 폐철길 위를 연인, 가족들이 손을 잡고 걸으며 추억을 쌓고 있다.

여행메모

두물머리 인근 유료·무료 주차장
산수유마을엔 품질보증 ‘개군한우’


서울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강변북로를 타고 경기도 구리·덕소를 거쳐 양수대교를 건넌다. ‘두물머리’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하면 된다. 입구에 유료 공영주차장이 있다. 조금 더 가면 6번 국도 다리 밑에 무료인 공용주차장이 있다. 이곳에서 느티나무까지는 걸어서 5분. 느티나무 가까운 곳에 유료 민간주차장도 있다.

구둔역은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용문에서 빠져 345번 지방도를 이용해 지평 방면으로 가면 된다. 구둔역의 바통을 이어받은 일신역까지는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역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구둔역에 닿는다.

양수리 세미원 근처에 있는 두물머리밥상은 유기농 쌈밥, 순두부백반을 내는 맛집이다. 양평 들꽃수목원 건너편 옥천냉면은 평양 냉면 족보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북한식 담백한 국물이 특색이다.

개군면은 산수유꽃 풍경 못지않게 청정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자란 ‘개군한우’로 유명하다. 소비자시민모임 전국브랜드 경진대회에서 4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는 등 안전축산물 품질보증 1등급 한우다.

양평=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