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성공하려면

국민일보

[기고]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성공하려면

박인권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

입력 2020-03-26 04:04

얼마 전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LH, SH와 함께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토지소유자와 건설회사가 개발하는 기존의 합동재개발 방식과 달리 공공주택특별법을 근거로 공공이 토지를 수용해 직접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분양아파트뿐만 아니라 영구임대주택도 짓고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등도 함께 살아갈 행복주택도 짓는다. 그래서 쪽방촌에 거주하는 360여명 모두를 저렴한 임대주택에 수용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쪽방촌 사람들과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쪽방촌 사람들의 삶이 행복해져야 한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물질적 조건은 어느 정도 충족될 것이다. 하지만 쪽방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북풍 한파와 냉골보다 사무친 외로움이 더 견디기 힘들지 모른다. 쪽방촌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고시원들이 있다. 월세를 조금만 더 내면 좋은 시설과 따뜻한 물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들은 그곳으로 가지 않는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개발 과정에서 이러한 주민들의 소요를 파악해 사업 내용에 반영해야 한다. 집주인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은 당장 쪽방에서 들어오던 월세 수입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반발할 것이다. 이들 중에는 자신이 쪽방에서 사는 주민으로서 별다른 수입 없이 월세에 의존해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다. 재개발 사업이 이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등포 재개발 사업에 ‘지역사회 영향평가’를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 평가는 개발 사업이 주민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조사해 예상되는 문제를 줄일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쪽방촌 주민과 집주인, 시민단체의 의견도 두루 수렴하게 된다. 이런 노력은 절차적으로 정당한 개발 과정을 만들어서 사회 갈등을 줄임으로써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가질 것이다. 이 사업이 도시 재개발의 성공모델이 되려면 목적뿐만 아니라 과정도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지역사회 영향평가를 통해 부디 이 사업이 성공해 도시 재개발의 새 역사를 쓰기를 기원한다.

박인권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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