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평성 시비 부르는 들쑥날쑥 지자체 ‘재난수당’

국민일보

[사설] 형평성 시비 부르는 들쑥날쑥 지자체 ‘재난수당’

입력 2020-03-26 04:03
전북 전주발 ‘재난수당’ 지급이 여러 지방자치단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는 가뭄 속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시중에 ‘병에 걸려 죽기 전에 굶어 죽게 생겼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당장 지원이 없으면 하루를 버티기 힘든 위기가정이 수두룩하다. 이들에겐 내일의 100만원보다 오늘의 10만원이 소중하다.

재난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지자체는 광역, 기초 합해 스무 곳이 넘고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반대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도 이미 형성됐다. 그러나 누구에게 얼마를 지원하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다. 현재 각 지자체가 지원하는 대상, 금액도 제각각이다.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주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기로 한 경기도,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같은 지자체가 있는 반면 대부분은 선별 또는 차등 지원한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가구당 30만~50만원, 부산시는 소상공인과 무급 휴직자 등에게 1인당 50만~100만원 지급하는 식이다. 명칭도 ‘긴급생활비’ ‘재난기본소득’‘재난생계수단’ 등 중구난방이다. 지자체가 지급하려는 지원금은 단발성으로, 장기간에 걸쳐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개념이 다르다.

재정이 허락하면 가급적 많은 국민에게 지원금을 골고루 배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지자체별로 지원 대상과 금액이 들쑥날쑥하면 필연적으로 공정성·형평성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중앙정부가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중앙정부 차원의 재난수당 지급에 소극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에 나서는 미국과 일본 등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긴 어려워 보인다. 어차피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지원금을 메꿔야하는 거라면 정부 차원의 재난수당 지급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3차 비상경제회의가 다음 주 초 열린다. 이 자리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론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