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사방’ 조주빈 “돈, 약점 두 개만 믿는다”

국민일보

[단독] ‘박사방’ 조주빈 “돈, 약점 두 개만 믿는다”

피해자, 조씨와 나눈 대화 공개

입력 2020-03-26 04:02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씨는 “멈출 수 없던 악마 같은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성호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가 박사방을 운영할 당시 자신의 범죄 행각이 드러날까 극도로 경계한 모습이 25일 확인됐다. 텔레그램 사용자 A씨는 지난 1월 31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조씨가 만든 유료 단체대화방에 들어가기 위해 조씨와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경찰 조사에서처럼 조씨는 자신이 만든 대화방에 입장하려는 ‘관전자들’에게 집요하게 신분증과 같은 신상정보를 요구했고, 이를 빌미로 이들을 범죄 행위에 가담시켰다.

조씨는 여러 개의 유료 단체대화방을 운영했는데, A씨는 이른바 최상위 등급으로 알려진 ‘위커방’ 입장을 위해 조씨와 흥정을 벌였다. 위커방은 텔레그램과 달리 전화번호 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가입할 수 있는 ‘위커’라는 SNS 메신저에 만들어진 방이다.


조씨는 텔레그램에 위커방을 홍보하면서 “입장료 입금 확인 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초대한다”며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이에 A씨가 입장료 70만원을 가상화폐로 지불하자 조씨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신분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돈, 약점 두 개만 믿는다”(사진)고 했다.

조씨는 수차례 A씨에게 신분 공개를 요구했고, A씨가 응하지 않자 조씨는 반복적으로 더 많은 가상화폐를 보증금 명목으로 입금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면서 단계마다 신분을 공개하면 보증금이 필요없다며 A씨를 설득했다.

조씨는 A씨가 의심할 때마다 “내 평판이 있는데 거짓말하겠느냐. 돈 되는 놈 버린 적도, 버릴 이유도 없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흥정이 길어지면 “질질 끌다 들어오면 내가 널 받겠냐”며 빨리 신분증 인증샷을 보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1주일 넘게 A씨와 흥정을 벌이던 조씨는 “이제 입장만 남았다”며 A씨의 가상화폐 지갑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키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가상화폐 지갑을 통째로 맡기라는 얘기였다.

결국 A씨는 조씨에게 400만원을 지불하고서야 조씨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는 “(대화방에) 넣어줄 듯 말듯 하면서 욕망을 가진 사람의 정신을 지배하면서 껍데기까지 벗기는 게 박사방의 수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씨의 공범으로 경찰에 입건된 현직 공무원 천모씨가 또 다른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돼 이미 재판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천씨는 박사방에서 동영상을 받아보는 유료회원으로 있다가 회원 모집책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는 이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유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천씨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경남 거제시청 8급 공무원인 천씨는 지난 1월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여러 명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을 찍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2월 4일 재판에 넘겨졌다. 천씨는 정식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인 지난 2일과 16일 각각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을 기본적으로 인정하되 반성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여 감형받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천씨의 첫 공판기일은 다음 달 16일 오후 2시10분으로 예정돼 있다.

특별취재팀 onlinenew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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