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원여객 사냥하려던 라임… “계획 있었는데 틀어졌다”

국민일보

[단독] 수원여객 사냥하려던 라임… “계획 있었는데 틀어졌다”

라임, 수원여객서 빼돌린 돈으로 수원여객 인수 계획 세운 듯

입력 2020-03-26 04:02

수원여객 자금 횡령 후 잠적한 이 회사의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42)씨는 괌 도피 직전인 지난해 1월 “우리도 계획이 있었는데, S캐피탈이 방어하면서 완전히 틀어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여객 인수 과정에서 김씨를 통해 라임자산운용 자금 270억원을 빌렸던 S캐피탈은 라임의 갑작스러운 대여금 상환 통보를 받고도 자금을 마련해 돈을 갚은 상황이었다. 결국 김씨가 말한 ‘계획’이란 라임 측의 수원여객 인수였고, 수원여객에서 빼낸 돈을 다시 수원여객 사냥에 쓰는 수법이었다.

2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S캐피탈은 김씨의 추천으로 채용했던 A씨의 이메일에서 이 같은 기업사냥 계획이 담긴 문건들을 발견하고 수사기관에 제출한 상태다. 김씨는 자신이 수원여객 자금 161억원을 임의로 여러 법인에 대여한 일이 드러나자 수원여객 최대주주인 S캐피탈 측에 “차입금을 상환하면 이 자금은 바로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캐피탈이 라임에 돈을 갚은 이후에도 161억원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씨가 자금관리인으로 지목한 이종필(42) 전 라임 부사장도 자금의 향방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고 한다.

기업사냥 계획 문건을 갖고 있던 A씨는 김씨의 서울대·증권사 후배로 전해졌다. A씨 역시 추후 해외 도피를 시도했지만 수사기관의 출국금지 조치에 막혀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이메일 속에서 발견된 수원여객 자금의 종착지는 대개 ‘라임 전주’로 통하는 김모(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실소유 법인들이었다. 이 법인들 중 S홀딩스는 수원여객 계좌에서 수표 100억원을 인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이메일 속 문건들을 보면 S홀딩스의 경우 추후 수원여객 지분 53.5%를 31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서까지 작성해둔 상태였다. 수원여객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기업이 수원여객 지분을 취득하려는 계획을 세워둔 격이다. 마치 기업사냥을 준비하기라도 한 듯 수원여객 지분을 어떻게 나누고 라임 앞으로 얼마의 수익을 남길지 등이 준비돼 있던 모습을 확인한 S캐피탈 측은 “탈취 의도가 분명했다”며 분노했다. S캐피탈 측이 지분을 방어한 뒤 이를 추궁하자 김씨에게서 나온 말이 “계획이 있었는데 완전히 틀어졌다”는 것이었다.

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의 과제 중 하나는 라임과 얽힌 기업들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종착지를 밝히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수원여객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와 김 전 회장, 김씨가 자금을 갖고 있다고 지목한 이 전 부사장이 모두 도피 상태라는 점이 검찰로서는 난관이다. 방대한 수사 범위를 감안한 법무부는 수사팀에 2명의 검사를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S캐피탈 관계자는 “수원여객 횡령 사건에 라임이 관련돼 있다고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 왔으나,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대부분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다”고 말했다.

정현수 나성원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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