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 제3의 n번방 출현… 검경 모조리 뿌리 뽑아야

국민일보

[사설] 제2, 제3의 n번방 출현… 검경 모조리 뿌리 뽑아야

입력 2020-03-27 04:01
검찰이 성착취 불법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수사 상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사건의 내용과 중대성, 수사의 공정성, 국민의 알권리 보장,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판단이다. 기소 전 수사 상황을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반영한 것이다. 이 사건은 이달 초 국민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한 ‘성착취 텔레그램 n번방 추적기’ 시리즈를 통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은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음란물을 촬영해 유포했고, 수많은 이가 돈을 내고 이 영상을 돌려 봤다.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인격살인 행위다. 검찰은 피해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조주빈을 철저히 수사해 이에 응당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할 것이다. 그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다면 형법상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선고가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n번방에 가입해 죄의식 없이 영상을 본 회원들도 모두 공범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국회에 출석해 n번방 회원 26만명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와 신상공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불법 성착취물을 한 번만 봐도 신상이 공개돼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경각심을 심어주지 않으면 디지털 성범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검경은 앞다퉈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 등을 꾸렸다. 할 일이 많다.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n번방을 처음 만든 성범죄자 ‘갓갓’을 검거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조주빈 사건은 25세 청년의 단독 범행이라기엔 조직적이다. 그를 도운 박사방의 공범과 배후도 빠짐없이 찾아야 한다. 개인정보를 몰래 빼낸 공익요원과 현직 공무원, 비트코인으로 수억원의 자금을 거래한 암호화폐 관계자도 살펴봐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물이 다시 퍼져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착취물 원본을 삭제하는 것도 급선무다. 디지털 성범죄자들은 정부의 수사보다 한발 빨리 플랫폼을 바꿔 음지로 숨어들고 있다. 이미 모방 범죄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제2의 n번방’을 운영하다 검거된 일당은 갓갓의 n번방을 본떠 ‘프로젝트 N’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박사방과 동일한 수법을 썼다. 정부는 수년 동안 안일한 성인지 감수성으로 수차례 디지털 성범죄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번에도 요란한 말잔치로 끝난다면 국민은 더 이상 정부를 믿지 않을 것이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