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회원들, 개인정보 넘기며 자료 갈구하다 박사의 ‘족쇄’에 걸려

국민일보

유료회원들, 개인정보 넘기며 자료 갈구하다 박사의 ‘족쇄’에 걸려

n번방 수사

입력 2020-03-27 04:01

텔레그램 ‘박사방’ 일부 유료회원들은 성착취물을 공유받기 위해 자신의 신원까지 운영자 조주빈(25·구속)씨에게 넘겼다. 조씨는 건네받은 개인정보를 박사방에서의 이탈을 차단하는 일종의 ‘보험’처럼 활용했다. 박사가 만든 성착취물을 개인정보를 넘기면서까지 갈구했던 회원들은 스스로 조씨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에 걸려든 셈이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씨는 텔레그램 ‘완장방’에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까지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비난하는 유료회원들의 신상정보를 대거 공개했다. 완장방은 박사방에서 유통되는 성착취물 중 수위가 낮은 ‘맛보기 영상’이나 희소성이 사라진 옛 성착취물 일부 등을 공유하는 대화방이다. 조씨가 박사방 영업활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던 곳이다. 장기간 완장방 모니터링을 했던 활동가들에 따르면 이 대화방에 참여했던 다수의 관전자들이 조씨의 박사방으로 흘러 들어갔다.

조씨는 일부 회원들에게 박사방에 입장하는 조건으로 일정액의 가상화폐를 낸 뒤 얼굴과 신분증이 함께 나오도록 촬영한 인증사진을 요구했다. 송금을 완료한 이들에 대해서도 성착취물을 공유받으려면 인증사진을 보낼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일부 회원들은 이에 반발하면서도 돈을 떼일 것을 우려해 신상정보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넘겨받은 인증사진을 무기 삼아 회원들을 압박했다. 완장방에서 벌어진 회원 신상공개 역시 이런 압박의 일환이었다. 박사방 회원 중 조씨에게 불만을 가진 일부 회원들이 완장방에서 “박사, 사기꾼 아니냐”는 식의 비난을 하자 자신이 확보하고 있던 해당 회원들의 인증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일부 회원들은 조씨의 행각에 겁먹고 완장방에서 활동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들고 인증샷을 찍어 조씨에게 건네기도 했다. 내부고발자 A씨는 “(조씨는) 회원들이 반항한다는 생각이 들면 인증사진으로 압박하곤 했다”고 말했다.

조씨가 완장방에 올린 인증사진에는 ‘돈 뜯은 분들은 넘어가 준다’ ‘공개된 사람들은 전부 거지XX들이라 뜯을 돈이 없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에는 청소년부터 중년 남성까지 신분증 또는 각서를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인증사진이 공개된 일부 회원들은 박사방에서 탈퇴하려다가 조씨의 눈 밖에 난 것으로 보인다. 활동가 B씨는 “조씨는 탈퇴하려는 유료회원에게 ‘이 방에서 나가려면 널 대신할 다른 사람 한 명을 꽂아놓고 가야 한다’는 식의 조건을 걸었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신상정보를 유포하는 식으로 보복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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