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헛소문, 편가름, 남 탓, 극복하기

국민일보

[기고] 헛소문, 편가름, 남 탓, 극복하기

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0-03-31 04:10

우리는 지금 우리를 삼킨 큰 파도 속에서 일상을 잃어버린 채 두 달째 살고 있다. 재난 때마다 늘 일어나는 세 가지 현상이 있다. 첫 번째 현상은 잘못된 정보와 소문이다. 이러한 루머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다. 두 번째는 편이 나뉘는 것이다. 확진자와 걸리지 않은 사람, 격리된 사람과 아닌 사람, 가족을 잃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경제적 위기에 맞닥뜨린 사람과 상대적으로 덜 급한 사람으로 나뉜다. 세 번째 현상은 나쁜 결과에 대해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다.

헛소문이 돌고 편이 나뉘어서 남 탓을 하는 것은 재난을 늘 따라다니는 세 분신과 같다. 우리 모두 이런 현상이 당연히 일어날 것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공포와 분노와 비난은 잘못된 소문과 편가름과 남 탓을 더욱 악화시킬 따름이다. 우리의 삶이 감염병으로 멈춘 것만으로도 힘든데, 이런 과정에 휘둘리다 보면 전체 구성원에게 심리적으로 더 큰 후유증이 초래된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정보도, 사회도, 주변 사람도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선거를 앞두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재난에서 일어나는 가짜뉴스, 편가름과 남 탓이 정치적 이슈와 맞물리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다. 국민들은 그 사이에 끼여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고 지지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하지만 지금은 함께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시점이다. 사회의 약자를 먼저 보호하면 연결된 우리도 함께 더 안전해진다. 노인, 어린이, 장애인, 확진자, 유가족 등을 보듬어 안을 때다. 이런 혼란스러운 와중에 최전선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묵묵히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보며 희망을 가지는 분이 많다.

언젠가 이 상황이 끝날 때 “코로나19를 잘못 대처했던 것이 아니었구나”라고 말할 수 있도록,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어떨까. 헛된 소문은 바로 사실이 아니라고 알리고, 상대방 입장에 서서 그 사람 입장을 헤아려보고, 온라인상에서라도 비난을 멈추고 고마운 마음과 위로하는 마음을 전한다면 코로나19 사태는 재난이 아니라 공생을 위한 큰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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