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에 빼앗긴 청춘 위해 노래 부르다

국민일보

신천지에 빼앗긴 청춘 위해 노래 부르다

전피연, CCM 앨범 ‘회복’ 기획

입력 2020-03-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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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M 앨범 ‘회복’ 제작에 참여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 정책국장 박향미 목사(앞줄 왼쪽 세 번째)와 관계자들이 29일 인천 부평구의 한 녹음실에서 CCM ‘선한 능력으로’를 함께 부르고 있다. 이번 앨범의 수익금은 피해자들이 신천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청춘반환소송’을 위해 전액 쓰일 예정이다. 인천=강민석 선임기자

‘나는 이제 보기 원하네/ 나의 자녀들 살아나는 그날/ 기쁜 찬송 소리 하늘에/ 웃음소리 온 땅 가득한 그날’(찬양 ‘그날’ 중에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대표 신강식) 정책국장 박향미(51) 목사가 부른 ‘그날’은 노래라기보다 기도에 가까웠다. 울먹임에 떨리는 목소리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빠진 아이들을 구해 하나님의 땅으로 데리고 오는 것, 전피연의 간절한 바람을 닮은 가사 때문이다.

전피연은 다음 달 중으로 이 곡을 비롯해 9곡을 담은 CCM 앨범 ‘회복’을 발매한다. 앨범의 수익금은 신천지 피해자의 보상을 촉구하는 ‘청춘반환소송’을 위해 전액 쓰일 예정이다. 29일 오후 6시 인천 부평구의 한 녹음실에서 앨범 제작에 참여한 박 목사와 CCM 가수 동임(본명 진나영·52), 프로듀서 박필우(49) 집사, 콰이어로 참여한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다.

청춘반환소송은 신천지 활동으로 청춘을 빼앗긴 피해자가 신천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말한다. 전피연은 지난 1월 1차 소송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고 지난 12일 2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신천지 위장 포교의 위법성을 인정받은 최초의 판결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민사소송은 일부승소 하더라도 승소 비율에 따라 원고도 소송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 1차 소송의 경우 청구한 7000만원 중 500만원만 인용돼 소송비용의 상당수를 원고인 피해자가 내야 하는 상황이다. 2차까지는 피해자 측 변호사가 무료로 도왔지만 3차부터는 이 역시 부담해야 한다. 박 목사는 “신천지에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최대 3000만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이번 앨범은 어떻게든 소송을 이어가고자 하는 절박함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앨범 제작은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박 목사의 오랜 지인 박 집사가 프로듀싱을, 그의 아내이자 CCM 가수인 동임이 박 목사와 함께 보컬을 맡았다. 신천지에서 자녀를 되찾은 문유자(59) 권사와 정향숙(54) 집사는 신천지에 아직도 남아있는 아이들을 애타게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으로 참여했다. 표지에는 화가인 정 집사가 쓴 캘리그래피와, 성지순례를 간 문 권사가 남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진이 담겼다. 아직도 딸을 신천지에서 되찾지 못한 A집사는 “돌아오지 않는 청춘을 신천지에서 보낸 아이들을 회복시키고 돕는 귀한 일”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청춘반환소송을 해 신천지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앨범 제목 ‘회복’에는 피해자는 물론 교회가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이 함께 담겼다. 참여자들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란다. 이병렬(59) 장로는 “신천지에서 돌아오는 교인들을 회복시킬 방법에 대해 교회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라며 “주요 교회들이 피해자 구제에 적극 동참하면 진정한 ‘교회의 회복’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신천지의 위법성을 증명하는 판례가 쌓이면 궁극적으로 신천지 등 사이비를 뿌리 뽑는 데 도움이 된다”며 “교회와 성도를 지키는 데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