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오는 수사망에 당황한 ‘n번방 피의자들’

국민일보

좁혀오는 수사망에 당황한 ‘n번방 피의자들’

성착취물 공유자 극단적인 시도… 경찰 “자수와 관계없이 철저 수사”

입력 2020-04-01 04:07

‘박사방’과 ‘n번방’ 등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단체대화방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공유했던 피의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박사’ 조주빈(25)씨와 ‘와치맨’ 전모(38)씨, ‘켈리’ 신모(32)씨 등 핵심 피의자들이 줄줄이 구속됐거나 재판 중이고, 경찰이 일부 유료회원을 특정하자 ‘나도 잡힐 수 있다’는 n번방 관전자들의 심리적 압박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전날 오후 11시30분쯤 텔레그램 내부 고발자 A씨(25)가 은평구의 한 모텔에서 극단적 시도를 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경찰에 발견될 당시 병원에서 처방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약물 2주치를 한꺼번에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 언론사가 무리한 취재로 자신의 인격을 짓밟았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온라인 대화방에 올리기도 했다.

앞서 지난 27일 새벽에는 40대 직장인 남성이 서울 강남구 영동대교에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현장에서는 “박사방에 돈을 입금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피해자들과 가족, 친지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지난 25일에도 전남 여수에서 “n번방 사진을 가지고 있다”며 자수한 20대 남성이 자수 전 극단적 시도를 한 사실이 드러나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이 남성의 휴대전화에는 아동 음란물 340여장이 저장돼 있었다.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경찰을 스스로 찾는 이도 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최근 3명의 박사방 유료회원이 자수했다고 밝혔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자수 여부와 관계없이 가담자 전원을 엄정 처벌한다는 목표로 수사력을 집중해 철저하게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보안이 확실하다고 믿었던 대화방이 붕괴되자 가담자들이 정신적 공황에 빠지고 있는 것으로 봤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절대 드러날 리 없다고 생각했던 텔레그램에서의 범행이 드러나자 공황이 왔을 것”이라며 “경찰 수사나 언론에 협력하는 이들은 가벼운 형량을 받기 원하는 ‘플리바게닝’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방경찰청마다 성착취 범죄에 쓰인 메신저를 지정해 수사력을 집중키로 했다. 텔레그램은 서울경찰청이, 위커와 디스코드는 각각 경찰청과 경기북부청이 담당하는 식이다. 메신저별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집중적으로 수사하기 위한 것이다.

황윤태 정현수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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