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션 코칭’으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창조하다

국민일보

‘이모션 코칭’으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창조하다

송길원-김향숙 부부의 ‘행복-가정-미래’ 헹가래 열전 <6>

입력 2020-04-0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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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밀리 ‘이모션 코칭’ 참석자들이 2016년 12월 서울 서초구 양재센터에서 열린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쓰레기가 쌓인다. “여보, 쓰레기 좀 버려줘요.”

남편은 대답이 없다. 남편에게 침묵은 곧 알아서 하겠다는 말이다. 일주일을 기다렸다. 쓰레기는 더 쌓인다. 슬금슬금 불평이 올라온다. 기어코 한마디 쏘아붙인다. “아니, 여보!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바깥일에다 집안일까지 무수리처럼 일하는 거 안 보여요. 남자가 셋이나 있으면서 고작 쓰레기 하나도 못 버려줘요.”

남편 표정이 얼음처럼 차가워진다. 아내의 잠꼬대도 새겨듣는다는 남편의 심사가 꼬인다. 이번에 말없음표는 도피다. 나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러나 괜한 서러움이 올라온다. 기어이 한마디 더 한다. “쓰레기까지 내가 버려야 되냐고요. 서럽게 왜 그래요. 나는 남편도 없나….”

과거 상처받았던 기억이 작동한다. 우리 부부에게 갱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보다 무서웠다. 그때 나는 남성 호르몬에 힘입어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들었다. 기질상 한번 시작하면 끝을 내야 한다. 내 뜻이 관철될 때까지 밤이고 낮이고 쪼아댔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 남편의 형편이나 감정은 무시됐다. 후유증은 깊고 오래갔다. 그 상처가 건드려졌다.

남편은 폭발한다. 소리를 꽥 지른다. “당신, 또 해결될 때까지 사람 들들 볶을 거지. 언제까지 할 거야.” 남편의 전매특허다. 그런 남편을 향해 난 ‘분노조절 장애’라고 딱지를 붙였다. 과거의 상처에 그만 머물러 있으라며 빨리 빠져나오라며 억지로 팔을 잡아끌었다.

침묵하던 남편이 편지를 보내왔다. “미안해. 내 아픈 것만 알아달라고 보채서…. 그러나 그 어디에도 위로는 없었어. 공감도 받지 못했고. 늘 심판대 앞에만 서서 나라는 존재가 비참하게 보였어. 그냥 공감해 주는 거야. ‘얼마나 힘들면 당신이….’ 그러면 끝이야.”

순간 시시콜콜이 ‘See See Call Call’로 다가왔다. 늘 강한 줄 알았던 남편도 약해질 때가 있고 늘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는 남편도 외로울 때가 있다는 것을. 남편의 마음을 보고 또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호소에 귀 기울이기로 했다. “여보, 쓰레기가 당신 좀 보자 그러네.” 이 한마디면 끝날 일을…. 내 말이 쓰레기였다.

그렇게 쓰레기 같던 내 말에서 피어난 것이 하나 있었다. ‘이모션 코칭(Emotion Coaching)’이다. 감정이 주인인 삶이 아니라 내가 감정의 주인인 삶이다. 언어가 아닌 모션(motion)으로 이모션(emotion)을 코치한다. 4개의 사이클로 구성됐다. 현재 121차까지 매 사이클은 1박2일 정기코스로 진행된다.

1단계는 감정 치유다. 몸, 마음, 영을 파괴하는 상한 감정을 치유한다. 일명 마음 디톡스다. 풀어내고 씻어내고 흘려보내며 과거의 상처와 작별한다. 특히 몸만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파서 몸이 아픈 스트레스성 질병을 치료하는 데 탁월하다. 마음이 치유되면 몸은 저절로 낫는다.

2단계는 공감 연습이다. 머리로 하는 가짜 공감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진짜 공감을 연습한다. 몸으로 경험된 타인의 고통에 공감은 저절로 일어난다. 최고 높은 수준의 공감이다.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꼬인 감정을 풀어내며 막힌 관계를 뚫어낸다. 강력한 ‘치유의 언어’다.

3단계는 분노 조절이다. 몸으로 폭발하는 분노는 몸으로만 조절할 수 있다. 아무리 머리로 결심해도 소용없다. 분노로 가득 찬 몸이 가공할 만한 속도와 파괴적 에너지를 못 따라간다. 내가 분노를 조절할 수 없으면 분노가 나를 조절한다. 분노 조절이 몸에 배도록 몸으로 훈련한다.

4단계는 감정 전환이다. 몸으로 배우는 ‘창조적 감정경영법’이다. 감정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된다. 내가 내 감정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된다. 상황에 맞게 감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감정에 끌려가는 삶이 아니다. 내가 감정을 이끄는 삶이다. 객체가 아니라 주체적 삶이다.

감정!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며 휘둘리다가 ‘별거(別居)’한다. 원수가 된다. 이 네 단계를 거치고 나면 외친다. “감정, 까짓것 별거 아니야!” 진짜 별거 아님을 알게 된다. 휘두를 수 있음도 알게 된다. 기어코 ‘별것’으로 만들어낸다. 이때 모두는 감정을 창조하는 예술가가 된다.

툭하면 터지는 왕따, 폭력, 우울, 자살, 살인사건들…. 어쩌면 우리나라는 분노 공화국이 돼 있다. 항상 화낼 준비를 하고 있다. ‘묻지마 살인’이란 말은 우리나라 신조어가 아닌가. 혐오와 배척, 분리와 차별…. 이를 치유와 공감, 수용과 이해로 바꿀 수 없을까.

이모션 코칭은 어느새 학교 교육의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4개의 사이클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어느 것 하나 건너뛸 수 없다. 4개의 사이클과 자격코스를 수료하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인정 이모션 코칭사 1~2급 자격증을 받게 된다. 배출된 제자들이 강사로 이곳저곳을 누비며 감정예술가로 활동하는 것을 볼 때 한없이 기쁘다.

“여보, 얼마나 많이 힘들었으면….” 한없이 공감하는 여자가 된 나. 오늘도 쓰레기 같은 감정을 소재 삼아 마음을 조각하는 정크 아티스트가 돼 있다. 거기 ‘가정의 천국, 천국의 가정’이 있다.


송길원-김향숙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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