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구호·취향 맞는다고 덜컥 쫓아가지 말아야”

국민일보

“정치적 구호·취향 맞는다고 덜컥 쫓아가지 말아야”

[목사, 정치를 말하다] <4> 김형국 하나복DNA네트워크 대표

입력 2020-04-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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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목사(하나복DNA네트워크)가 지난 2월 21일 서울 세종대로 사무실에서 기독교인의 투표 기준을 말하고 있다. 미션라이프 유튜브 캡처

김형국 목사는 나들목교회를 개척하고 하나복DNA네트워크라는 목회자와 교회 연합체를 만들었다. 영적 진리를 찾는 이에게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며 기존 교회의 한계를 넘어서는 실험을 시도해 왔다. 비영리 기독교기관을 돕는 한빛누리재단 이사장으로서 색깔 공세를 받아 긴 소송까지 겪었다.



-목사님은 좌파입니까, 우파입니까.

“하하. 저요? 보기에 따라 다르죠. 저보다 더 보수적인 분이 보시기엔 좌파이고, 저보다 더 진보적인 쪽에서 보면 우파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이 어떤 부분은 굉장히 우파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좌파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좌파도 우파도 될 수가 없고 좌의 ‘ㅈ’과 우의 ‘ㅜ’를 합쳐서 그냥 ‘주파’다, 우리 주님께서 요구하시는 방향을 따라가려 애쓰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묻는 것 자체가 이념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죠.

“질문 자체가 잘못됐죠. 그 원인은 어쩌면 복음의 위대성, 그리스도의 탁월성이 선명하지 않으니까 그리스도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없어서 결국 세상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어느 진영이냐고 묻게 된 데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전광훈 목사 방식의 정치 참여는 어떻게 보십니까.

“그냥 ‘그런 얘기를 하는 분도 있나 보다’라고 할 수 있는데 현 정권에 불편한 마음, 공산주의에 두려움을 가진 분들에게는 자신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너무 고마운 분이기도 하겠죠. 저는 그분이 그냥 정치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기독교를 업고 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정치 발언을 하고 정치 집회를 하면 문제가 안 되는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라는 직함으로 말씀하시니 마치 한국기독교가 하는 얘기인 것처럼 들려 난감합니다.”

-목사님도 이념 논쟁에 휩쓸려 힘드실 텐데요.

“힘들죠. 그리스도인이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것 중 하나가 ‘인간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마라, 우리를 평가하는 분은 하나님이시다’라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분들의 평가에 혹 내가 성찰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귀담아들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를 갱신해 어떻게든 다음세대에는 하나님의 영광을 회복하는 교회를 세우고자 하나복DNA네트워크에 모인 1000명 정도의 목회자와 50개 넘는 동역 교회까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정말 안타깝죠.”

-신앙인들 사이에도 이념적 갈등이 있는 게 아쉽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로 6·25전쟁을 겪으면서 트라우마가 형성됐습니다. 그 두려움이 여전히 강합니다. 둘째로 기득권 세력이 이 두려움을 너무 많이 이용했습니다. 셋째로 시민사회가 형성된 지 30~40년밖에 안 돼 이런 이슈를 토론하고 경청하는 훈련이 안 돼 있습니다. 마지막 진짜 문제는 한국교회가 그냥 이 사회의 일부로만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초기의 한국교회는 여성 문제, 신분 문제, 가난과 질병, 문맹을 대하는 자세가 당시 한국사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았습니다. 지금은 더 닫힌 구조가 돼 버렸습니다. 세상 쫓아가는 것도 바쁘고 때로 쉽게 이용당하기도 하는 형국이 돼 버렸습니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제 역할을 감당하지 않은 저 같은 목회자에게 있습니다.”

-총선이 다가옵니다. 기독교인은 어떤 기준으로 투표하면 좋을까요.

“어떤 정치세력이든 비판적으로 봐야 합니다. 구호가 우리랑 좀 비슷하다거나 취향이 맞는다고 해서 덜컥 쫓아가면 할례가 없는 백성에게 놀아나는 셈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자유를 신장시킬 것인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얼마나 지켜줄 것인가,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 두 가지 가치를 같이 잡고 가려는 자가 누구인지를 분별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목회자로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만나본 적은 없지만, 가톨릭 신자이시니 앞선 장로 대통령들처럼 성경적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문 대통령이 정말 국민과 소통을 많이 하실 줄 알았습니다. 광화문에 나오겠다고도 하셨죠. 안 나왔다고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광장에서 과도한 이야기가 나와도 그걸 풀든지 품든지 하셔야 합니다. 어느 한쪽 편을 대변하는 분이 되신 게 아닌가 하는 게 아쉽습니다. 아직도 비판적 지지를 거둬들이지 않은 입장에서 소통, 그게 가장 바라는 것입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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