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 시기상조라더니… 한은, 내년 ‘CBDC’ 시험운용

국민일보

디지털화폐 시기상조라더니… 한은, 내년 ‘CBDC’ 시험운용

현금 거래 위축에 도입 재촉

입력 2020-04-07 04:08

한국은행이 내년부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시험운용한다며 추진 일정을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기상조”라던 한은이 서둘러 CBDC 연구 대열에 끼어드는 모습이다. 한은은 세계적으로 현금 거래를 크게 위축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CBDC 발행을 재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6일 “CBDC 도입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는 미래의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파일럿(시험운용)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체 추진 기간은 내년 12월까지 22개월이다. 7월까지 CBDC 시스템을 어떻게 운용하고 어떤 기능을 제공할지 등을 설계하는 동시에 기술 검토를 8월 중으로 마무리한다. 또 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인 블록체인(공공거래장부) 활용 가능성, 외부기관 자문 등을 진행한 뒤 내년 1년간 시스템을 구축한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화폐다. 중앙은행이 보증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같은 민간 암호화폐보다 안정성이 높다. 지난해 1월 한국은행은 CBDC 연구를 주도하던 가상통화연구반을 출범 1년 만에 폐지하면서 “가까운 장래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동안 각국이 CBDC 연구개발에 뛰어드는 상황에서도 한은은 미온적 입장을 유지했다.

한은의 기조 변화는 전날 발표한 ‘코로나19 확산이 최근 주요국 지급수단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화폐 관련 논의를 정리한 참고자료에서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이 디지털화폐 및 CBDC 발행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며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 등 관련 소식을 덧붙였다. BIS는 지난 3일 ‘코로나19와 현금, 결제수단의 미래’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액결제용 CBDC를 포함해 높은 복원력과 접근성을 갖춘 중앙은행 운영 지급결제 인프라의 출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연구팀장은 “한은의 CBDC 연구는 코로나19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한은은 가까운 장래에 CBDC 발행 계획이 없다던 미국 일본 등이 관련 연구를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한 사실을 강조했다. 지난 1월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스웨덴 스위스 등 6개 중앙은행은 CBDC 연구그룹을 구성했다. 한은은 “가까운 시일 내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지만 대내외 여건이 크게 변화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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