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대문에 붙인 ‘노란 손수건’

국민일보

신천지 대문에 붙인 ‘노란 손수건’

“안고 싶고, 보고 싶은 내 딸아, 아들아”

입력 2020-04-10 00:00 수정 2020-04-1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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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와 신천지 가출자녀 피해 부모들이 9일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이만희 교주 별장 문 앞에서 이 교주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뒤로 피해 부모들이 자녀의 귀가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장식한 꽃과 편지가 대문에 붙어 있다. 가평=강민석 선임기자

사람 키를 훌쩍 넘어 3m는 될 법한 나무 대문엔 ‘시설 폐쇄’라는 노란색 경고장이 붙어있었다. 철옹성처럼 굳게 닫힌 대문에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꽃장식이 달리기 시작했다. 빨간색 풍선이 그 주위를 하트 모양으로 꾸몄다.

9일 오전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별장으로 사용하는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평화연수원’ 정문 모습이다. 이곳 정문 앞에서 지난달 2일 이 교주의 대국민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신강식 대표)는 이날 대구, 경남 진주, 충남 계룡 등 전국에서 모인 신천지 가출자녀 피해 부모들과 함께 자녀의 귀가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평화연수원 대문에 꽃장식을 했다. 부모들은 이 교주에게 보내는 면담 요청서와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도 대문에 붙였다.




화가로 활동 중인 한 피해자 부모는 붓글씨로 마음을 담았다. 그는 흰 종이에 “만져보고 싶고, 안아보고 싶고, 보고 싶은 내 딸아, 아들아”란 글씨를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신천지와 이 교주에게 “신천지 가출자녀 피해 부모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이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신천지를 따라 가출한 우리 자녀들이 어디에 사는지, 검진은 받았는지 걱정이 돼 밤잠을 이룰 수 없다”면서 “더 이상 고통당하지 않도록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엔 신천지의 폐해를 알리는 호소문과 함께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도 낭독했다. 정모씨는 신천지 교리에 세뇌돼 가출한 두 딸을 3년 넘게 못 보고 있다. 6년 전 첫째 딸이 신천지 영등포 시몬지파에 입교했고 이듬해엔 둘째 딸도 신천지에 빠졌다. 두 딸은 정씨를 상대로 포교하려다 여의치 않자 가출했다. 그 뒤로 모친인 정씨와 연락을 끊었다.

정씨는 “아무리 신천지에서 세뇌했다고 해도 어떻게 부모와 자식 간의 천륜을 끊고 연락 한 번 하지 않고 지내게 할 수 있나”라면서 “성경에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나와 있는데 하나님 말씀도 어기면서 무슨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이 교주는 당장 가정파괴를 중지하고 두 딸을 돌려보내라. 그렇지 않으면 자녀들이 돌아올 때까지 법적 소송뿐 아니라 부모로서 자녀를 찾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피연 박향미 정책국장은 “평생 시위란 것을 해본 적 없는 피해 가족들이 지난달 이 교주의 기자회견을 본 뒤 전국에서 뛰어 올라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며 “신천지는 그래도 자녀 소식을 알려주지 않는데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신천지는 가정파괴를 중단하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말했다. 그는 “신천지로 피해를 본 부모들이 있다면 이곳에 와서 마음을 모으자”고 전했다.

가평=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