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지난 3년간 평안하셨나요?”

국민일보

[김진홍 칼럼] “지난 3년간 평안하셨나요?”

입력 2020-04-13 04:01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이 감사하고 그리워지는 때이나
총선 임박한 만큼 청와대의 선거개입과
조국 사태 등 코로나19 이전의 혼란상 곰곰이 되짚어봐야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는 소박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줬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도 떠나고, 외식도 하고, 친척들과 한자리에 모이기도 하고, 외국에 사는 지인이 귀국하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기도 하고. 그런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들이 그리워지고,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실감나는 요즘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외출이나 모임 자제하기’ ‘자주 손씻기’ ‘마스크 착용하기’ 등을 매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야 하는 상황이니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불안 없이, 하루하루 큰 근심 없이 살았던 예전의 생활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곰곰이 되짚어봐야 할 게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대한민국은 정말 평안했는가. 짜증나는 일들과 걱정거리는 정말 없었나. 현 상황이 너무 엄중해서 기억의 뒤편으로 밀려났을 수 있지만 냉정하게 복기해야 할 때다. 이미 사전투표는 끝났지만, 이틀 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물이나 정책 경쟁은 거의 실종됐다. 그러나 ‘내가 만드는 대한민국, 투표로 시작됩니다’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독려 슬로건처럼 유권자들이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하길 기대한다.

최근 온갖 곳에서 ‘포스트 코로나19’가 언급된다.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옳은 지적이다. 4·15 총선과 연관지어 말한다면,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의 모습은 유권자들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그만큼 이번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이전엔 평안했을까. 유권자들 판단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허구한 날들이 대립과 갈등, 반목과 질시의 연속이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조그만 땅덩어리 안에서 두 진영이 죽기살기식으로 치고받으면서 시끄러운 나날이 이어졌다. 조용한 날은 거의 드물었다. 이제 국민통합은 요원하다는 비관적 의견마저 나온다.

원인은 주로 여권이 제공했다. 가깝게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이 있다. 3개월 전쯤 검찰이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 이른바 ‘실세’를 포함해 13명을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후보자 매수, 하명 수사, 공약 협조 등이다. 문 대통령의 오랜 벗을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참모들이 조직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질만한 사안이다. 그러나 기소된 이들은 검찰의 기획수사라고 오히려 검찰을 공격한다. 자중은커녕 일부 기소자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 1호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보다 앞서 ‘조국 사태’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조국 부부 혐의는 부정청탁금지법 공직자윤리법 자본시장법 위반과 증거위조 교사 등 10가지가 넘는다. 위선과 탐욕으로 뒤섞인 ‘강남 좌파’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그럼에도 조국 일가는 죄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조국 수호’에 앞장선 이들을 상당수 공천했다. ‘윤석열 검찰’을 압박하기도 한다. 조국 사태 때 우리나라가 양쪽으로 갈라져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가. 총선 뒤에는 조국을 둘러싼 진흙탕싸움이 재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먹고사는 문제는 괜찮았나. 최근 뉴스 중 한 대기업이 휴업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원인은 탈원전이다. 신규 원전 건설이 잇따라 백지화되자 극심한 경영난에 빠진 것이다. 그러자 정부는 부랴부랴 1조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으로 대기업 도산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는데, 세금으로 막아보려는 것이다. 여기에다 탈원전 여파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한 공공기관은 공과대학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줄어드는 학생 수에 맞춰 현재의 대학도 줄여야 할 판에 적자투성이 공공기관이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세금으로 새 대학을 설립하겠다니 얼떨떨하다.

문재인정부의 간판 정책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소득주도성장의 결과는 어땠나. 삶의 질이 나아졌나. 소득이 높아져 경제에 활력이 생겼나.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던 일자리는 과연 많아졌나. 남북관계와 4강 외교는 안녕한가.

흔히, 투표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한다. 총선 이후, 코로나19 이후의 대한민국이 지난 3년과 달리 평안하기를 바랄 뿐이다.

김진홍 대기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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