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보 독점에서 데이터 민주화 시대로

국민일보

[기고] 정보 독점에서 데이터 민주화 시대로

이성훈 (세종대 교수·경영전문대학원)

입력 2020-04-23 04:04 수정 2020-04-23 04:04
코로나19는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의 일상화를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언택트 기술은 보다 정교한 초연결사회를 재촉한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가상 증강현실 등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화상전화를 통한 대화는 상용화된지 오래다. 지금 학교에서는 원격 온라인 수업을 실험하고 있다. 기업은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로 업무를 보고 있다. 소비자 또한 대면 접촉을 하지 않고도 주문하고 계산하고 소비한다. 무인 물류센터가 가동 중이며 아마존고 같은 무인매장이 테스트를 거쳐 곧 우리 일상에 접목될 것이다.

이런 초연결사회에서는 데이터를 누가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는가에 기업의 성패가 갈린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보다 정밀하고 방대한 고객 정보 확보에 사활을 건다. 빅데이터의 핵심은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삶인 구매스타일, 소비형태, 잠재적 욕구 등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접목해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불필요한 공급은 없는지 분석하여 기업에 새로운 가치창출 기회를 제공한다.

얼마 전 끝난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했다. 그 이면에는 빅데이터가 있었다고 한다. 유권자의 세대별, 성별 취향과 소비성향, 활동시간 및 장소 등의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유세 장소 선정과 시간대별 유세 동선을 짰다. 다양한 유권자 성향과 관심사 등의 민심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맞춤형 공약을 제시한 것도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졌다. 정확한 판세 예측은 물론이다. 정보의 힘이자 정보의 파괴력이다. 미래 영화에서 본 듯한 빅브라더가 현실화 되는 섬뜩함도 있다. 나의 모든 정보가 다 공개되어 있구나 생각하면 오싹하기도 하다. 하지만 도도한 시대적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문제는 정보를 소수가 독점해서는 안 되며, 개인 정보가 무작위로 수집되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가 진보한 배경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지식의 공유와 지혜의 대물림이다. 보편적 지식의 확대는 인류의 생산성 향상과 민주주의의 확대를 가져왔다.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적 성공과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 배경에는 지식의 공유가 판가름 했다는 역사적 사실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권력이나 경제력을 배경으로 정보를 독점하는 것은 구시대 유물이다. 정보기관이 민간을 탄압하는 방식은 올드하다. 독점적 정보력을 권력화하여 시장을 지배하는 것도 정보화 이후 사회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피터 드러커 교수는 지식사회와 열린사회를 강조했다. 지식은 공유하는 것이며 인류의 보편적 자산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겪었다. 독재국가에서 민주국가로 집약적인 성장을 했다. 절차적 민주주의 못지않게 내용에 있어서도 성숙한 민주국가가 되면 좋겠다. 그 핵심은 정보독점을 넘어선 데이터민주화에 있다. 이것이 진정 열린사회의 패러다임이자 4차 산업혁명의 보편적 혜택이다. 데이터민주화는 4차 산업혁명시대와 초연결사회에서 열린 민주주의의 핵심적 아젠더가 될 것이다.

공정위에서는 배달의 민족 기업결합 심사에서 정보독점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한다. 정보독점의 문제를 인식한 것이다. 공정위의 개입에 앞서 기업에서 데이터민주화를 선언하면 좋겠다.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이성훈 (세종대 교수·경영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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