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우 칼럼] 장경태 김한규 최지은 이준석…

국민일보

[이흥우 칼럼] 장경태 김한규 최지은 이준석…

입력 2020-05-06 04:01

정작 지금 걱정해야 하는 건 교정의 정치화 아닌 비정치화
참신한 인물 바란다면서 현역 정치인 선호하는
환경에선 젊은 지도자 나오기 어려워
청년들이 계속해서 두드려야 정치 바뀌고 세대교체 이뤄져

21대 총선은 72년 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획을 긋는 선거로 기억될 만하다. 한국 정치의 흐름이 보수에서 진보로 교체돼서가 아니다. 전체 300석 가운데 범진보 진영이 190석을 차지한 게 특기할 일이나 만 18세가 사상 처음 진정한 주권을 행사한 선거라는 점에서 그렇다.

만 18세. 민법상 혼인할 수 있는 최소 나이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애’라는 이유로 이들의 참정권을 억제해 왔다. 모든 OECD 국가들이 오래전 18세(혹은 16세 이상) 투표권을 허용했는데도 그랬다. 이들에게 투표권을 허용했을 경우의 유불리만 저울질한 결과다. 그중에서 가장 황당했던 반대논리가 고등학교의 정치화였다. 하지만 정작 걱정해야 할 건 교정의 정치화가 아닌 교정의 비정치화다. 고등학교가 대입의 도구로, 대학이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하면서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오로지 진로에 쏠려 있다. 그런 이들에게 정치와 사회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한마디하면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다.

우리나라에선 왜 에마뉘엘 마크롱, 쥐스탱 트뤼도 같은 젊은 지도자가 나오지 않느냐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마크롱은 39세에 프랑스 대통령, 트뤼도는 44세에 캐나다 총리가 됐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젊은 지도자는커녕 30, 40대 국회의원조차 보기 쉽지 않다. 마크롱과 트뤼도,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져 대통령이 되고, 총리가 된 게 아니다. 젊었을 때부터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해온 인물이다. 서유럽에선 고교 시절에 정당생활을 시작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치인으로 성장한 사례가 숱하다.

21대 총선에서 40대 이하는 51명이 당선됐다. 20대 2명(0.7%), 30대 11명(3.7%), 40대 38명(12.7%)이다. 지역구 당선인 34명, 비례대표 당선인 17명으로 20대 2명 모두, 30대는 5명이 비례대표다. 20, 30대의 경우 비례대표 아니면 금배지를 달기 쉽지 않은 구조다. 참신한 인물을 바란다면서 정작 투표소에선 인지도 높은 현역 정치인을 선택하는 유권자의 모순적 행태도 젊은 지도자의 탄생을 막는 주요 장애요인 중 하나다. 청년층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유권자가 청년 후보를 외면하는 풍토에선 젊은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데 정치 경력은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지난 총선에서 관심 있게 지켜본 후보들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37·서울 동대문을) 김한규(46·강남병) 최지은(40·부산 북·강서을), 미래통합당 이준석(35·서울 노원병) 후보다. 선거 후 장경태는 당선인, 나머지 세 명은 낙선자로 신분이 달라졌으나 노회화된 한국 정치판에 이들의 도전이 먹힐까 해서였다.

비교적 젊다는 것 외에 이들의 공통점은 찾기 어렵다. 장경태는 평당원에서 시작해 경선을 거쳐 국회의원에 당선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공천 걱정할 필요 없는 영입인사와는 출발부터 달랐다. 그는 “영입인사와 같은 화려한 스펙은 없어도 나 같은 사람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 밑바탕이 밑바닥 정치경력이었다.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김한규는 민주당이 좋아 무작정 입당한 경우다. 그의 화려한 스펙을 보고 보수정당에서 영입 제의가 있었지만 그는 “하고 싶은 정치를 하고 싶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당초 경기도 부천 출마를 희망했으나 ‘청년 후보’로 강남병에 전략공천돼 서울에서 가장 큰 표차로 낙선한 민주당 후보가 됐다. 그래도 낙담하지 않는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 최지은은 민주당 영입인재 9호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다 지역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신설된 민주당 국제대변인으로 정치인의 길을 계속 걸으려 한다. 이준석은 벌써 세 번째 낙선이다. 그럼에도 이미 4년 후 노원병 출마를 예고했다. 그는 탄핵의 강을 건너 ‘박근혜 키즈’ 딱지를 떼고 극우와 뚜렷이 대비되는 합리적 보수, 청년 보수의 아이콘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신40대 기수론이 정치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40대 기수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50년 전 40대 기수론이 통했던 건 당시 40대 정치인 김영삼, 김대중, 이철승의 시너지 효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정치가 바뀌고 세대교체를 이루려면 장경태 김한규 최지은 이준석 같은 합리적 사고로 무장한 젊은 정치인이 계속해서 도전하고 문을 두드려야 한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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