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블라인드 채용한다면서 위탁업체 대표가 채점

국민일보

[단독] 블라인드 채용한다면서 위탁업체 대표가 채점

국립낙동강자원관에 시정조치

입력 2020-05-11 04:06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자원관)의 신규채용 과정에서 채용 업무를 위탁받은 하청업체 사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필기 시험지(논술)를 채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응시자 인적사항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직접 채점하는 행위는 ‘블라인드 채용’ 취지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리고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환경부는 ‘2019년도 채용실태 특별점검’에서 자원관의 부적절한 신규채용 심사위원 선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자원관은 2017년부터 정부 지침에 따라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응시자의 신체조건, 출신 지역·학교, 가족관계, 학력 등 차별요인을 빼고 직무능력 중심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지난해에는 ‘편견 없는 공정한 채용’을 위해 블라인드 채용 위탁업체로 A사를 선정하고 서류접수부터 필기시험, 면접시험, 최종합격자 선정 등 업무를 모두 맡겼다.

그러나 ‘필기시험 채점’에서 문제가 확인됐다. 환경부는 특별감사에서 필기 시험지를 채점한 심사위원이 A사 사장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 사장은 응시자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시험지에는 응시자 이름과 수험번호 등이 적혀 있어 당락의 결정권을 갖는 A사 대표가 시험지를 채점하는 행위는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칫 청탁 등 채용 비리 문제로 불거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원관이 채용 문제를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환경부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임직원 친인척 채용’으로 질타를 받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위탁업체 관계자가 필기시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면서 “환경부도 지원자 인적사항을 알 수 있는 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블라인드 채용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강력히 조치했다”고 말했다.

자원관 관계자는 “위탁업체 대표는 인적자원개발(HRD) 분야에서 20년 넘은 전문가였고, 면접시험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면서 “환경부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문제점을 보완하고, 블라인드 채용 관리·감독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로스쿨(노동법) 교수는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 취지는 채용 공정성과 기회의 균등을 구현하기 위해 존재한다”면서 “심사위원이 응시자 능력과 자질을 판단하는 데만 기여했다면 상관없지만, 자칫 청탁이나 압력·강요 등 문제를 일으켰다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자원관에 채용과 관련된 심사위원 선정기준 등 공정성 확보방안을 과업지시서에 담으라고 명령했다. 또 위탁업체 계약체결 이후에는 과업 내용의 적정성 준수 여부를 철저히 감독하라고 통보했다. 자원관은 올 상반기 신규채용 위탁업체와 협상 과정에서 환경부 감사결과를 공유하고 과업지시서에 재발 방지 대책을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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