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교당국자 “위안부 합의 중 윤미향과 수차례 의견교환”

국민일보

[단독] 외교당국자 “위안부 합의 중 윤미향과 수차례 의견교환”

2016년 당시 언론 브리핑서 공개… 윤 ‘합의 전날 통보’ 거짓 가능성

입력 2020-05-11 04:05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10일 오후 빗물이 맺혀 있다. 정의기억연대는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됐던 기부금 및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 설명할 방침이다. 뉴시스

한·일 위안부 합의에 깊숙이 관여했던 외교부 당국자가 타결 전 협상 진행 과정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출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과 여러 차례 접촉해 의견 교환을 했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 발언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양국 간 합의 타결 이후에도 수개월 동안 합의문 내용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당국자가 나서서 협상 배경을 언론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당국자의 발언대로라면 “합의 전날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는 윤 당선인의 해명 역시 거짓이 된다.

당시 위안부 협상에 참여했던 국장급 외교부 당국자는 2016년 2월 초 비공식 언론 브리핑을 했다. 국민일보가 확보한 당시 브리핑에 따르면 그는 이 자리에서 위안부 강제동원의 증거가 없다는 일본 정부 주장을 거론하며 “(일본 주장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정부뿐 아니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연 전신)도 같은 스탠스다. 윤미향 대표와 여러 차례 의견 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당국자는 윤 당선인과의 접촉 사실은 출처를 명시하지 않는 간접 인용 방식으로 보도하라고 요구했었다.

브리핑은 위안부 합의가 체결되고 2개월쯤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당시 한·일 양국은 위안부 합의의 세부 사항을 두고 장외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등 합의 정신에 어긋나는 언행을 보이자 국내에서 부실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가 브리핑을 자청해 정대협 측이 일본 정부에 요구해 왔던 내용이 위안부 합의에 반영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윤 당선인과 사전에 접촉했다는 언급이 나온 것이다.

사진=뉴시스

윤 당선인(사진)이 외교부 당국자와 사전에 접촉했던 사실은 외교문서에도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며 당시 생산된 문서를 열람했던 인사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밀 지정된 문서여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문서 중에는 윤 당선인이 외교부 당국자와 나눈 대화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대화가 그렇게 밀도가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외교부가 모든 정보를 완전히 공유해준 것은 아니지만 윤 당선인 역시 (협상 관련 정보를) 전혀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시 브리핑에서 정대협에 불만도 표시했다. 외교부 직원들이 비공개로 개별 거주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방문하려 했는데 정대협 측이 이 사실을 언론사에 흘려 집 앞에 취재진이 대기토록 했다는 것이다. 개별 거주 할머니들은 위안부 피해 사실을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언론 노출을 피하기 위해 방문을 포기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서울 강서구의 할머니 댁을 방문했는데 카메라와 취재진이 있어 당황했다”며 “내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피해자 할머니의 신분이 (주변에) 바로 노출될 것 같아 내릴 수 없었다. 피해자 가족에게 전화했더니 ‘정대협에서 전화가 왔었는데 외교부에서 누가 온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대협이 방송사에 연락해 취재하도록 한 것 같았다”며 “정대협이 피해자의 인권과 명예, 존엄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지만 단체 차원의 목적을 위해 개별 거주 할머니들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우리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발표 전날 내용을 통보받았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그러자 위안부 합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었던 조태용 미래한국당 대변인은 “위안부 합의 때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윤 당선인에게 관련 내용을 사전에 설명했다고 분명히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제윤경 시민당 대변인은 “외교부가 합의 내용 일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뿐”이라며 조 대변인의 주장이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조 대변인은 다시 “‘(위안부) 합의 내용을 협상 당일 알았다’던 윤 당선인이 ‘협상 전날 통보받았다’로 말을 바꾼 데 주목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10일 여러 차례 윤 당선인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다만 윤 당선인은 “제가 아무하고도 통화할 수 없다.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윤 당선인은 이날 이용수 할머니가 거주하는 대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의연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2015년에 외교부에서 미리 들었던 것은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일본이 곧 사죄한다고 한다’는 식”이라며 “불가역적, 소녀상 문제 등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당은 최용상 가자인권평화당 대표가 이용수 할머니를 부추겨 정의연 등 위안부 단체와 윤 당선인을 비난하라고 조종했다고 주장했다. 시민당이 ‘배후설’을 거론하면서 정대협과 윤 당선인, 시민당과 최 대표 사이에서 진실게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제 대변인은 “최 대표는 시민당 비례대표 공천에서 탈락한 것을 수긍하지 못하고 불만을 표했다. 신천지 및 미래통합당 활동 전력도 다수 있는 인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최 대표는 즉각 반박했다. 최 대표는 “이번주 초 기자회견을 통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자신이 할머니를 부추겼다는 의혹에는 “기자회견장을 마련해 달라고 해서 도와드린 것일 뿐”이라고 했다. 정의연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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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이가현 이상헌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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