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이단 이탈자들… 한국교회는 맞을 준비 돼 있나

국민일보

돌아오는 이단 이탈자들… 한국교회는 맞을 준비 돼 있나

신천지 사태로 이단 민낯 드러나… 이단상담 문의 10배 가까이 폭증

입력 2020-05-13 00:01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이단·사이비에서 탈퇴한 성도가 지난해 8월 대구 동일교회에서 신앙 회복 과정을 간증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동일교회가 매달 한 차례 진행하는 이단 피해자 회복 모임의 모습. 동일교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비밀주의, 폐쇄성 등이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 이단·사이비 집단에 미혹된 신도들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진용식(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 목사는 1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안산상담소의 경우 전년 대비 3~4월 전화상담 건수가 2배 이상 늘었고 강남상담소는 10배 가까이 폭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천지 신도임을 숨겨왔다가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동안 가족에게 노출됐거나 자신이 소속된 이단 집단의 실체를 뒤늦게 깨달은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신천지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유사한 특성을 가진 이단 신도들의 이탈이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교주의 사망 등 변수가 발생하면 이탈 급증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대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단·사이비 이탈 신도들에게 영적 울타리가 돼 주고 회복을 도와야 할 한국교회의 준비는 미비한 게 현실이다. 모태신앙으로 살다가 신천지에 빠진 뒤 3년을 보내고 탈퇴한 서수진(가명·25)씨는 과거 출석했던 모교회에 갔다가 신앙생활을 포기해야 했다. 서씨는 “3년여 만에 교회로 돌아갔을 때 ‘돌아온 탕자’를 맞아 준 아버지처럼 잘 대해 주셨는데 신천지에 있었다가 회심했다는 고백을 한 뒤 성도들의 태도가 변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진짜 신천지에서 나왔는지, 회심을 가장해 포교활동을 펼칠지 어떻게 아느냐며 의심하는 눈초리가 계속돼 견디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권남궤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이단상담실장은 “이단·사이비에서 이탈한 신도들은 회복을 위해 기성교회를 찾더라도 이단에서의 신앙생활 경험을 밝힐지 말지를 놓고 혼란을 겪는다”며 “담임목사 입장에서도 해당 성도의 회심을 검증할 만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회복’과 ‘배려’를 해법의 핵심으로 꼽았다. 이탈 신도들에게 바른 교리를 재교육해 영적 회복을 도모하고 기성교회 성도들이 회심자들과 거부감 없이 융화될 수 있도록 교회 안에 배려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탁 교수는 “새신자의 경우 공터 위에 새집을 짓듯 신앙교육을 하면 되지만, 이단·사이비 이탈 신도는 이미 지어진 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일부 파괴된 부분을 재건하는 작업이 필요해 인내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단·사이비 교리의 무엇이 잘못인지를 지적하는 부정성을 띤 교육보다는 크리스천으로서 무엇을 믿어야 하고, 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를 신앙고백에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회 내 이단대응팀이 있는 경우 그 기능을 재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동안 이단의 침투를 예방하고 내부 혼란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교회를 찾아온 이탈 신도와 기존 성도 간 소통을 돕고 전문 상담이 필요한 경우 상담소로 연결해 주는 역할에 비중을 둬야 한다.

교회 부설 이단대책연구소를 개소해 5년째 운영하는 대구 동일교회(오현기 목사)는 연간 400여건의 상담을 통해 이단·사이비 탈퇴자의 신앙 재정립을 돕고 모교회로의 연결을 지원한다. 매달 한 차례씩 신천지 피해자 모임을 갖고 영적 상처를 치유하는 자리엔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꾸준히 50여명이 참석했다. 오현기 목사는 한국교회가 증가하는 이단 탈퇴자들을 품기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첫째, 각 교회에 이단 대응 교육을 이수한 상담사가 필요합니다. 현재 운영 중인 이단상담소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상담사를 배출할 수 있습니다. 둘째, 중간교육센터를 설립해야 합니다. 이단 탈퇴자의 신앙 재교육 과정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이수자에겐 인증서를 발급해 기성교회로 돌아갔을 때 기존 성도들이 의심의 시선을 걷어낼 수 있게 돕는 겁니다.”

동일교회는 현재 운영 중인 평생교육원 과정에 이단상담사 양성 프로그램을 개설할 계획이다. 오 목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큰 홍역을 치른 만큼 대구 교계의 이단 대응을 위한 협력도 가시화되고 있다”며 “새터민들이 하나원을 거쳐 사회 정착을 준비하는 것처럼 지역마다 교회들이 힘을 모아 이탈 신도들을 위한 신앙교육센터를 세우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