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따뜻함이 필요합니다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 따뜻함이 필요합니다

입력 2020-05-14 00:04 수정 2020-05-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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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시온의 소리’ 집필에 참여해 달라는 연락이었다. 처음엔 부담스러워 사양했지만, 결국 수락했다. 시대적 상황에 맞는 글이면 된다고 했는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기도 했고 문자와 정보의 홍수 시대에 지면만 낭비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적잖았다.

필자의 주장이 독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고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 확장에 어떤 밑거름이 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공을 치는 이상론과 자의적인 방향 제시로 오히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자신은 뭔가 이룬 것 같은 자만에 빠지는 모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중에 최근 전 국민적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인 ‘미스터 트롯’이 머리를 스쳤다. 요즘 TV 시청률을 끌고 가는 주역은 미스터 트롯 경연에서 톱 7에 들어간 가수들이다.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든지 시청률이 그 전과 현격한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들의 노래와 그들을 좋아하는 사람 대부분은 편안함을 느끼고 위로와 치유를 받는다고 한다. 한 시절의 트렌드로 그칠지 모르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무명의 트로트 가수로 변방에 있었는데 한순간 대중의 영웅으로, 스타로 옷을 갈아입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이유는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이 프로그램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는데, 중요한 게 많았다.

가수로서 자질과 가창력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사람들이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는 분석이었다. 시청자들은 그들이 전하는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친밀감을 얻는 것 같았다. 그들 대부분은 바닥에서 힘들게 지낸 세월이 있었고 가수의 꿈을 포기하기 직전 ‘마지막 잎새’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경연에 참가했다. 그들이 전하는 무대 위 노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다가감’을 느끼게 했다. 그들이 부른 노래 중에는 16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사람들이 듣고 또 듣는 노래도 있다. 그들이 부르면 히트가 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진다. 심지어 10대의 전유물과 같은 음악방송은 근처에도 가지 않던 시청자들도 그들이 나오는 방송을 봤다고 한다. 그중 한 사람이 내 아내다. ‘본방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게 하는 흡인력으로 ‘시청률 대박’도 만들었다.

우리가 사는 오늘의 현실은 누구에게도 만만하거나 쉬운 곳이 아니다. 오늘도 수많은 이들이 삶의 현장에서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다. 현대인들은 요란함과 분주함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개인적인 삶에서는 텅 빈 듯한 허전함을 느끼며 산다. 참된 소망이고 진리인 교회와 성도를 찾기보다는 그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이곳저곳을 두드린다. 그곳은 소망이 없는 곳인데도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오늘날, 교회로서 우리는 어떠한가. 소금과 빛으로 살아야 하는데 현실에서 그렇지 못한 자신의 모습 때문에 고통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가.

허전함과 공허함을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공동체로서 함께 나누면 좋겠다. 같은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에게도 손을 내밀어 주면 어떨까. 같이 아파하고 같이 가슴치고 같이 위로하면서 사랑을 실천하면 좋겠다. 교회인 우리 덕분에 세상이 좀 더 따뜻함을 느끼고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김찬곤(안양석수교회 목사)

약력=고신대 및 총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풀러신학대학원 목회학박사. 현 교회갱신협의회 대표회장, 총회세계선교회(GMS) 명예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