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모범이던 교회, 자칫 방심하면 이태원 클럽 바통 이어받을 수 있다”

국민일보

“방역 모범이던 교회, 자칫 방심하면 이태원 클럽 바통 이어받을 수 있다”

[인터뷰]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입력 2020-05-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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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의 병원 진료실에서 방역에 모범을 보인 한국교회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교회가 방역의 모범을 보였지만, 자칫 방심하면 이태원 클럽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다”면서 “모이는 예배 때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있어 당분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국내 최고의 방역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서울 영등포 강남성심병원 진료실에서 지난 11일 만난 이 교수는 “800명이 앉을 수 있는 예배당에 150명 정도 앉아 예배드렸던 게 생활 속 거리 두기의 모범”이라며 “사회의 모든 영역이 이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신흥교회(이길원 목사) 안수집사인 이 교수는 온라인예배를 드리고 있다. 감염학자로서 모이는 예배에 참석하는 게 시기상조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온라인예배라는 대안이 있는 만큼 당분간 이를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예배 회복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오는 31일 ‘슈퍼 선데이’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요청했다. 이 교수는 “슈퍼 선데이가 코로나19 이전으로 예배가 완전히 정상화됐다는 신호가 돼선 곤란하다”면서 “전국 교회는 지금까지 모범적으로 감염 확산을 막아왔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방역 노력을 이어가 달라”고 요청했다. 방역당국의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에도 선을 그었다.

이 교수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자발적 검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 2일 새벽 이태원을 다녀간 모두가 검사에 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칫 지역사회 감염을 막을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방역당국이 더욱 고삐를 당겨야 한다”면서 “이태원 사건은 지역사회 감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가을이나 겨울, 코로나19가 재창궐할 가능성이 크다. 축제는 미뤄두고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단기선교는 2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상황이 국가별로 다른 만큼 우리나라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출국이 어려울 수 있다. 그는 “해외 선교지로 향하던 역량을 우리 내부로 나누고 교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선교에 힘쓰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종식은 백신이 나와야 가능할 것으로 봤다. 올겨울 백신이 나올 수 있다는 일각의 장밋빛 전망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여러 나라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시작했지만 올겨울 상용화는 어렵다”면서 “역사상 이렇게 빨리 백신을 개발한 사례도 없다”고 했다. 이어 “내년 여름이 돼야 제대로 된 백신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이때까지 최대한 확산을 막는 게 사명”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모이기에 힘쓰던 교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는 “새로운 형태의 사역과 목회가 필요할 것”이라며 “성도들의 안전한 신앙생활을 돕는 게 교회의 중요한 관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