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격의료 점진적 도입 필요하다

국민일보

[사설] 원격의료 점진적 도입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 확산 추세… 도입 따른 우려 해소하면 새 의료서비스 창출될 것

입력 2020-05-16 04:01
청와대와 정부가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가 긴요해진 데다, 뛰어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켜 산업적 측면에서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원격의료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그동안 ‘3분 대면진료’에 지친 의료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도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세심한 준비과정과 의료계에 대한 설득작업을 거쳐 원격의료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게 타당하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5일 “원격의료가 의료 민영화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프레임보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13일에는 청와대 김연명 사회수석이, 14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원격의료는 환자가 병·의원을 방문하지 않고 통신으로 진료·처방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의료 선진국 미국을 비롯해 독일, 일본, 중국 등에서는 보편화된 서비스다. 지난해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37조원대에 이르렀고, 연평균 14.7%씩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부터 도입을 추진했으나 의료 영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보 진영의 우려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동네병원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가 점점 더 비대면 사회로 변해가는 것은 뉴노멀이 됐고, 의료계도 예외일 수 없다. 당장 환자들부터 다른 환자들로 붐비는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고 있어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또 의료계의 경고와 달리 코로나 사태 때 일시 허용한 전화상담 진료가 17만건에 달했지만 오진 사례가 없었다. 원격의료가 정식으로 도입돼 화상진료가 이뤄지면 진료의 정확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의료계도 무작정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정부와 대화에 나서 기존 의료전달체계에 타격이 덜한 진료 분야부터 점진적으로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봐야 한다. 정부도 환자 쏠림이나 의료 영리화 우려에 대한 대책들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댄다면 원격의료 도입이 병원 간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새로운 의료 서비스를 창출하고 해외 진료시장을 개척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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