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메트로폴리탄 김’은… 파산한 동남그룹 김인태씨 아들

국민일보

[단독] ‘메트로폴리탄 김’은… 파산한 동남그룹 김인태씨 아들

검찰 “라임 사태 메인”… 김씨 검거 주력

입력 2020-05-18 04:06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사태의 배후 중 1명으로 수배 중인 김모(47) 메트로폴리탄 회장이 경남 지역의 유력 사업가로 정치권 자금 세탁 의혹을 받았던 김인태(73) 전 동남그룹 회장의 아들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아버지가 노역장에 유치됐을 때 그를 구명하기 위해 교정 당국을 상대로 뇌물을 건넨 전과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이종필(42·구속 기소) 전 라임 부사장 이외에도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인물들이 남아 있다고 보고 김 회장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회장은 2003년 서울구치소장 등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이력이 있다. 김 회장은 노역장에 있던 아버지를 형집행정지로 석방시키기 위해 당시 서울구치소장에게 보낼 현금 1000만원을 브로커에게 건넸다. 또 당시 서울구치소 의무과장의 부친상 빈소를 찾아 현금 1000만원이 든 봉투를 부의금처럼 놓고 오기도 했다.

당시 김 회장이 지인을 통해 “잘 봐 달라”고 부탁했던 이는 고속철 로비 사건 연루 의혹 등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아버지인 김인태 전 회장이었다. 경남종합건설과 성안백화점을 경영해 유명했던 김인태 전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미국으로 건너갔던 인물이다. 경기불황으로 동남그룹 계열사들이 파산하고 본인도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도미했던 것이다. 그는 해외 도박, 여권법 위반 혐의로 미국에서 2002년 강제송환됐고 구속됐다.

김인태 전 회장은 96년에 이미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과 벌금 62억원이 확정돼 있었다. 그 이외에도 경부고속철 차량 선정 로비 사건,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자금의 신한국당 지원 사건 등에도 연루된 의혹을 받았다. 그는 2003년 1월부터 노역장에 유치됐다.

김 회장의 교정 당국 상대 로비는 법원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심은 “수용자를 부정한 방법으로 출소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병중인 아버지를 위한다는 마음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참작한다”고 했다. 판결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확정됐다.

부자지간의 정은 오래 유지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위증죄로 고소당해 지명수배를 받기도 했다. 김인태 전 회장이 재산 명의신탁 관련 민사소송을 벌일 때 김 회장이 상대방 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사정은 이후 김인태 전 회장이 2012년 특경가법상 사기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는 과정에서 판결문으로도 드러났다. 당시 재판부는 김 회장이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불리하게 말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김 회장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교정 당국 상대 로비 외에도 2005년 공동주거침입 혐의로도 유죄가 확정된 전력이 있다. 결혼생활이 파탄 난 친구의 신혼집을 자신의 동생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놓은 뒤, 그 집에 살던 이들을 내쫓으려 시도한 것이다. 김 회장과 공범들은 살던 이들이 저항하는 데도 열쇠 수리공을 불러 안으로 들어가 다음 날 아침까지 머물렀다. 김 회장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외국에 있어 직접 실행행위에는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심에서 벌금 500만원형으로 감형됐다.

김 회장은 라임 사태가 불거진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에도 지명수배됐고 법원이 소재탐지촉탁을 했지만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된 이력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그가 동남아 등지로 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 김 회장은 태국에 체류했던 적이 있다.

검찰은 김 회장과 라임에서 증발한 3000억원가량의 자금 간 연관성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가 라임의 투자금을 필리핀 리조트 인수,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개발 등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장기 도피 이후 검거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보다 김 회장의 범행 규모가 더욱 클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김 회장이 김인태 전 회장의 아들이라는 점도 파악한 상태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라임 사태의 ‘메인’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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