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같은 큰정부 시대 온다” 석학 10명이 본 포스트 코로나

국민일보

“한국 같은 큰정부 시대 온다” 석학 10명이 본 포스트 코로나

포린폴리시, 국가권력 확장 분석 보도

입력 2020-05-18 00:10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은 좋든 싫든 세계적으로 ‘큰 정부’를 불러냈다. 코로나19에 맞서 각국 정부는 강력한 봉쇄 조치를 취하고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통제하고 있다. 동시에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의 긴급지원책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6일(현지시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이 정부권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분석했다. FP가 인터뷰한 교수 및 학자 10명은 새로운 형태의 큰 정부가 등장하고 있으며, 그 모델은 아시아 국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각국 정부가 의료자원을 총동원하고 서비스 확대에 공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함으로써 부의 재분배가 유례없는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 분석가인 로버트 카플란은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팬데믹은 큰 정부의 보호적 포용에 대한 욕구에 불을 지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 30년간 전례 없는 규모로 부를 창출한 이후 지금 우리는 유례없는 부의 재분배 시기의 정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저서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도 최근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지난 12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가 적어도 보건 분야에 대한 공공투자의 정당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적합하게 대응하면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 구축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임스 크랩트리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아시아 국가 모델에 주목했다. 질병 통제를 위한 국가 역량과 기술적 노하우, 여기에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비교적 완화된 접근법을 갖춘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정부가 미래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크랩트리 교수는 “요컨대 큰 정부의 시대는 되돌아오고 있지만 1960, 70년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그 새로운 형태의 상당 부분은 서구가 아닌 동양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전문가 로버트 무가는 “14세기 흑사병이 누추한 도시 공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19세기 콜레라가 하수도 시스템의 드라마틱한 확장을 가져온 것처럼 바이러스는 지역 통치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은 감염을 추적하고 격리 조치를 시행하는 것에서부터 미래 질병을 통제하기 위한 주요 지출에 이르기까지 거버넌스의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개인에 대한 새로운 감시, 이미 급증하고 있는 정부 부채 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플란은 “코로나19가 미·중 경쟁을 가열시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지불할 것인가가 진짜 토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투명성인증협회 트레이스의 알렉산드라 레이그 대표는 “세계가 경기부양 프로그램과 의료 분야에 수조 달러를 쏟아붓고 있기 때문에 부정부패의 기회는 무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안전문가인 브루스 슈나이어 하버드 캐네디스쿨 강사는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사회 전체에 이익을 주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동시에 개인을 보호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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