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코로나19 이후에 만나는 생명 평화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 코로나19 이후에 만나는 생명 평화

입력 2020-05-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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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늦춰진 등교가 시작된다. 교육부는 학생 감염위험도에 따라 순차적 개학을 시행한다. 코로나19를 겪은 아이들에게 학교가 특별히 해야 할 교육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생명 평화, 곧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세상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것 천지다. 서로 지지하고 협력해야만 함께 살고 살리는 삶이 가능하다. 우리처럼 남북이 분단된 나라여도 그렇다.

올해로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다. 남북은 한반도 허리 휴전선에서 각각 2㎞씩 비무장지대(DMZ)로 묶어두고 있다. DMZ는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완충지대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곳엔 동식물이 자유롭게 살고 있다.

DMZ는 한반도 중심에 있어 개발 위험이 컸으나, 남북 갈등으로 최상의 생태계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 하구와 임진강을 중심으로 하는 평야지대, 바다의 영향이 없는 중부 내륙지역, 태백산맥의 지형적 영향을 받는 산악지역, 동부 해안지역 네 곳 모두 뛰어난 종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백령도 물범은 물론 두루미와 재두루미, 수달, 열목어, 반달가슴곰까지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100여종이나 산다. 전쟁과 분단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생명과 평화의 공간’이자 모두가 서로를 살릴 수 있는 ‘살림의 공간’으로서 의미가 큰 곳이다.

물론 DMZ는 전쟁의 흔적을 아직 껴안고 있다. 6·25전쟁 이후 70년 동안 수많은 생명이 전쟁이 남긴 긴장 관계 속에서 지금껏 살아왔다. 고맙고 감동이다. 대인지뢰를 밟아 발목을 절룩이는 동물은 물론 여러 피해자가 이곳에 있다. 우리 군인뿐 아니라 참전 군인의 미수습된 유해가 1만여구 묻혀 있다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언제쯤 DMZ가 남북 간 긴장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될까.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생명 평화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린다지만,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 희망이 현실이 된다 해도, 개발을 부추겨 자칫 동식물들이 누리는 평화를 깨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도 일어난다.

모든 생명이 전쟁 없는 평화를 누리면서, 사람과 동식물 모두 평화로운 생명 살림의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주저되고 장애물도 많다. 하지만 세상은 서로 깊이 연결돼 있고,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선하고 지혜롭고 강한 자아가 있다’고 믿고 해보자. 함께하는 이들과 더불어 둘러앉아 ‘지구돌봄 서클’을 열고, 나와 우리, 지구 생명이 평화로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나눠보자. 코로나19 이후 평화로운 삶을 그리며 생명 평화 감수성을 길러보자. 시간을 내 DMZ 길을 걸어도 좋을 듯하다. 그곳의 한 생명이 전해오는 생명 평화 메시지에 귀 기울인다면, 이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살림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란 긴 터널의 끝은 어디일까. 코로나19 이후 함께 살기 위해서라도, 코로나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고요히 깊이 묵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분단의 상처를 안고도 생명을 품어온 DMZ. 남북을 자유로이 오가는 이곳 바람 가운데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면 알 수 있으려나.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평화입니다. 그분은 우리 유대 사람과 여러분 이방 사람들을 한 가족으로 만들고 우리 사이를 갈라놓았던 벽을 허물어뜨리셨습니다.”(엡 2:14) 이 말씀에 기대 DMZ 길을 걷고 싶다. 주께서 생명의 공간, 평화의 공간, 살림의 공간을 우리에게 허락해주길 간절히 기도한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