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성 목사의 하루 묵상] 진정한 용기, 멈춤

국민일보

[김운성 목사의 하루 묵상] 진정한 용기, 멈춤

입력 2020-05-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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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의 노예 상태에서 건졌고 광야 40년 동안 인도했습니다.

오합지졸 같던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의 인도를 받으며 하나님의 백성이란 자의식을 갖게 됐고 하나의 민족으로 결속됐습니다. 그는 백성에게 가나안이란 목표를 보여줬고, 시내산에서 받은 하나님의 율법으로 백성들 삶에 기준을 제공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의 손을 통해 세워지고 다듬어졌습니다.

개인의 삶은 어땠나요. 영웅이 될 만한 극적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던 게 모세였습니다. 노예의 아들로 태어나 갈대 상자에 담겨 강에 띄워졌다 애굽 공주의 아들로 입양돼 자랐습니다. 미디안 광야에서 40년간 혹독한 연단을 받은 후 노예들의 지도자가 됐습니다.

모세는 진정한 용사였습니다. 왕과 신하들, 애굽의 막강한 군사력과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사사건건 반항하고 불순종하며 심지어 돌을 들어 치려 할 정도로 거칠었던 이스라엘 백성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메마른 광야에서 쉬지 않고 불어오는 모래바람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모세의 진정한 용기는 뜻밖의 장면에서 드러납니다. 그것은 멈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그토록 사모하던 가나안 땅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너희 때문에 내게 진노하사 내 말을 듣지 아니하시고 내게 이르시기를 그만해도 족하니 이 일로 다시 내게 말하지 말라 너는 비스가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눈을 들어 동서남북을 바라고 네 눈으로 그 땅을 바라보라 너는 이 요단을 건너지 못할 것임이니라.”(신 3:26~27)

가나안이 어떤 곳입니까. 일찍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후 수백 년 동안 온 이스라엘이 가슴에 품고 사모하던 땅입니다. 모세도 백성과 함께 가나안에 들어가겠다는 일념으로 전진했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그 땅을 밟아야 했던 일등공신 모세에게 가나안 땅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큰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묵묵히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가나안 입성을 위해 기도했으나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비스가산에 올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생을 마쳤습니다.

그곳은 요단강에서 동쪽으로 32㎞쯤 떨어져 있었습니다. 해발 100m밖에 되지 않는 산이었지만, 산의 서쪽이 움푹 팬 지형이어서 가나안 땅을 멀리까지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비스가산에서 멈췄고, 거기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장애물을 뛰어넘어 앞으로 전진하는 것도 용기입니다. 그러나 멈춰 서는 것이 더 큰 용기일 때도 있습니다. 인생은 전진을 통해 성장하고 멈춤을 통해 성숙합니다. 모든 인생의 마지막 이야기는 멈춤입니다. 멈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과 교회의 많은 문제는 멈추지 않는 데서 발생합니다. 욕망이 멈추질 않고 자기방어와 타인에 대한 비난이 멈추질 않습니다.

가정도, 정치도, 교계도 멈추질 못합니다. 멈추면 숨이 가라앉고 평온해질 텐데 무리하게 계속 달리려고만 합니다. 빨리 달리고 많이 달린 사람에게만 박수를 보낸 우리의 잘못 때문입니다.

돌파해 달려가는 사람에게만 박수를 보낼 것이 아니라 멈춰 선 사람에게도 박수를 보내야 하겠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잠시 멈추는 용기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음 기회조차 없이 영원히 멈춰야 할 때가 오면 담담히 미소지으며 최후의 멈춤을 받아들이는 진정한 용기도 가져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도 멈출 줄 아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김운성 영락교회 목사

약력=연세대 사회학과, 장로회신학대 신대원 졸업. 부산 영도구 땅끝교회 담임목사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