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수위 넘은 군 기강 해이와 청와대의 안일한 인식

국민일보

[사설] 위험수위 넘은 군 기강 해이와 청와대의 안일한 인식

입력 2020-05-20 04:02
최근 군의 기강 해이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국민을 안심시키게 하는 군인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군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특히 지난 14일 경기도 파주시 육군 모 부대에서 발생한 박격포 오발 사고는 탄착 지점에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혹시라도 민가 지역에 떨어졌더라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 떠올리는 것조차 아찔하다. 당일 훈련 도중 발사된 4.2인치(107㎜) 박격포 1발은 2.2㎞의 목표지점을 한참 지나쳐 1㎞나 더 날아가 야산에 떨어져 폭발했다. 이 포탄은 박격포 가운데 가장 구경이 크고 파괴력이 강한 무기로 살상 반경이 40m에 달한다.

지난 13일에는 경기 김포의 모 해병 부대에서 KR-6 기관총 1발이 정비 도중 실수로 발사돼 탄환이 600~700m를 날아가 한강에 떨어졌다. 지난달 23일에도 전남 담양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가 주변 군 사격장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이는 탄환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초에는 최전방 경계 태세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지난 3일 강원도 철원의 우리 군 최전방 GP가 북한군의 총탄 공격을 당했을 때 아군 기관총 공이가 부러지면서 대응 사격이 최초 명령보다 10분 이상 지연됐다. 혹시라도 북한군의 추가 공격이 있었더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했다.

이밖에도 군에서는 육군 상병이 여성 상관을 야전삽으로 폭행한 사건, 부사관들이 상관을 성추행한 사건, 지휘통제실 도청 사건을 비롯해 군기 문란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군의 기강이 이렇게까지 무너졌는데도 청와대는 19일 박격포 오발 사고 등과 관련한 언론의 군 기강 해이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말 안일하고 무책임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군은 일련의 기강 해이가 병영생활의 민주화 과정에서 군기까지 흐트러졌기 때문이 아닌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병영의 민주화와 군기는 별개의 문제다. 장병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더라도 군기는 군기대로 엄중한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근의 사고들은 자칫 민간인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사안이란 점에서 군이 심각성을 깨닫고 군기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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