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막을 기회 두 번 있었는데… 고교생 밤새 감금 폭행

국민일보

[단독] 막을 기회 두 번 있었는데… 고교생 밤새 감금 폭행

폭행 3시간 전 경찰서 찾았다 코로나19 방역에 허탕

입력 2020-05-20 04:03 수정 2020-05-20 04:03

평소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고등학교 남학생이 또래들에게 감금돼 밤새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사건 발생 불과 3시간 전에 피해 학생과 어머니가 상습 폭력 상담차 경찰서를 찾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때문에 발길을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오후 7시쯤 A군(16)과 친구들이 놀고 있던 서울 관악구의 원룸에 B군(16)이 들이닥쳤다. B군은 2년여 전 처음 A군을 알게 된 뒤로 최근까지 폭행을 일삼았다.

B군은 A군이 며칠 전 자신을 피해 파출소로 도망친 사실을 문제 삼으며 “맞겠느냐, 아니면 묶여서 조용히 얘기하겠느냐”고 협박했다. 그런 다음 A군을 의자에 청테이프로 묶고 얼굴, 복부 등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30분쯤 후엔 B군의 친구 C군(16)까지 도착해 가세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A군의 친구들은 폭행을 막지 못했다. A군은 “한두 명이 막으려고 했지만 B군이 ‘너도 맞고 싶냐’고 말해 결국 못 말렸다”고 말했다.

감금은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계속됐다. 폭행도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A군이 신음을 내자 B군은 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한 번만 더 소리 내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감금 폭행 발생 직전인 8일 낮 어머니 홍모(46)씨와 함께 그간의 상습 폭행을 상담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이들은 당일 경찰관을 만나지 못했다.

원인은 코로나19 방역이었다. 당일 경찰서를 방문한 민원인 중 1명이 고열 증세를 보여 방역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모자는 로비에서 전화로 이 같은 내용을 안내받고 발길을 돌렸다.

경찰 관계자는 “(홍씨가) ‘학교폭력 관련 상담하러 왔다’고 하시기에 긴급한 건이 아니면 다음 날 다시 오셔도 되겠느냐고 여쭸다”며 “수차례 의사를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신고는 감금 폭행이 발생한 뒤에야 이뤄졌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그전에도 발생했다. 지난달 말엔 한 시민이 길거리에서 A군이 B군에게 맞는 것을 목격하고 경찰에 알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 확인과 인근 수색을 통해 함께 있던 이들을 찾아냈으나 수사하진 못했다. B군 등이 ‘친구 간의 장난’이라며 동행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CCTV에는 약간 밀치는 장면 외에 심한 폭행이 포착되지 않았다”며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이 동행을 완강하게 거부해 연락처 등을 수집한 뒤 귀가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군은 “현장에 함께 있던 B군의 보복이 두려워 조사에 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특수폭행 등 혐의로 지난 9일 B군과 C군을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A군을 감금해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주범인 B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여죄나 추가 가담자 존재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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