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소수의 단기선교사 파송해야

국민일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소수의 단기선교사 파송해야

코로나19 이후 해외 단기선교 어떤 변화 필요할까

입력 2020-05-21 00:03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경기도 부천 역곡동교회 단교선교팀이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시 빈민가에서 한국문화 공연을 하고 있다. 박기홍 선교사 제공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시의 빈민가. 주민들의 시선은 고운 색깔 한복을 입고 머리에 족두리를 한 한국 청년들에 쏠렸다. 청년들은 부채춤 등 한국의 전통춤을 선보였다. 경기도 부천 역곡동교회에서 파송한 단기선교팀원인 이들은 일주일간 이곳에서 캠퍼스 사역을 하는 박기홍 선교사와 함께 문화공연과 구제 사역 등을 펼쳤다.

올해 박 선교사는 단기선교팀과 협력 사역을 할 수 없다. 사역지에 오겠다는 교회도 없고, 그나마 오려던 교회도 취소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박 선교사는 19일 국민일보와 카카오톡 인터뷰에서 “한국과 선교지 현지 상황은 매우 다르다. 마치 황량한 벌판에 있는 느낌”이라며 “오겠다는 팀도 없지만, 온다고 해도 막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선교사는 2012년 선교단체인 미션인도네시아에서 파송받았다. 해외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는 물론 한국교회와 선교단체들도 코로나19 이후 해외 단기선교의 형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해외 단기선교, 사실상 제로

최근 네팔에서 사역 중인 한국인 선교사들은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를 통해 “단기선교팀은 네팔에 오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의 단기선교팀이 방문한 뒤 ‘코로나19’ 청정국 네팔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선교사들이 쏟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박 선교사는 다른 의미에서 한국의 단기선교 자제를 요청했다. 안전 문제 때문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에 하루 평균 500명씩 확진자가 나와 정부는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치려 한다.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폭동이나 약탈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개인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

한국교회의 단기선교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국경을 막고 있고 항공권 가격 폭등, 방역 당국과 외교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 등도 취소 이유다.

서울 강남중앙침례교회(최병락 목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 단기선교를 떠나려 했다. 이 교회는 지난해 청년 90여명이 3주간 미국의 형제교회인 세미한교회와 함께 인디언 선교에 나섰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올해 단기선교 계획은 무산됐다.

서울 치유하는교회(김의식 목사)도 올여름 진행하려던 해외 단기선교를 전면 취소했다. 교회는 일본과 말레이시아 케냐 선교지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50여 교인들이 지난해부터 준비했다.

단기선교팀과 협력을 통해 사역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현지 선교사들로선 아쉬움이 없지 않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사역 중인 오일준 선교사는 “필리핀은 한국의 단기선교팀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인데 지금은 사실상 제로”라며 “단기선교팀의 방문만으로도 사역지 분위기가 달라지는 등 효과가 크고 이들이 알려주는 새로운 이벤트나 아이템도 후일 선교지에서 활용도가 높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 선교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속인 제주아름다운교회에서 파송했다.

예장합동 세계선교회(GMS) 소속으로 23년째 후쿠오카에서 사역하는 황석천 선교사도 “올해 방문할 예정이었던 10여 개 단기선교팀의 방문 계획이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황 선교사는 매년 단기선교팀과 함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글학교, 김치 만들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해 왔다.

‘선택과 집중’ 필요

선교기관과 교회, 선교사들은 해외 단기선교 형태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강남중앙침례교회 관계자는 “이달 말 회의를 열어 단기선교를 대신할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해외 선교지에 선교비를 지원하거나 국내 단기선교를 가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선교사들은 ‘선택과 집중’으로 해외 단기선교의 형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선교사는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던 단기선교 인원을 소수 정예로 꾸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단위 단기선교사를 파송하는 개념을 제안했다. 그는 “단기선교사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사람을 보내 교회와 선교지가 계속 동역하면 좋을 듯하다”면서 “교회는 파송한 단기선교사를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

박 선교사도 “앞으로는 단기선교를 5~10명 정도 팀 단위로 세분화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소규모로 움직이는 게 안전할뿐더러 교회에서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KWMA도 대안을 찾기 위해 선교기관과 교회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조용중 KWMA 사무총장은 “단기선교팀이 현장에 가는 것보다 선교사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주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영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보내거나 필요한 자원을 보내주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한국에 있는 믿지 않는 외국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이들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선교전략”이라며 “어려운 지역을 찾아 봉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윤경 장창일 기자 y27k@kmib.co.kr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