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줬다는데 기업기부금 수입 ‘0원’… 정대협, 또 부실 회계공시

국민일보

[단독] 줬다는데 기업기부금 수입 ‘0원’… 정대협, 또 부실 회계공시

사회적기업 기부 5억여원 ‘증발’… 5년간 2억6000만원 누락도 지적

입력 2020-05-20 04:05 수정 2020-05-20 04:05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2016년 국세청 공시 내역에 기업기부금이 0원으로 기재돼 있다. M사는 정대협에 2016년 기부했다. 정대협 2016년 국세청 공시 및 M사 홈페이지 캡처

각종 기부금 수입과 용처에 대한 불성실한 공시로 회계부정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가 사회적기업으로부터 수천만원대 기부를 받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은 사실이 또 드러났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대협은 사회적기업 마리몬드로부터 2015년과 2016년 각각 353만원과 1460만원을 기부받았다. 이는 마리몬드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하지만 당해 정대협의 국세청 공시에는 기업과 단체로부터의 기부금 수입액이 ‘0원’으로 기재돼 있다. 장부상으로는 기부한 기업은 있는데, 기부받은 단체가 없어진 상황인 것이다.

마리몬드는 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6억5400만원을 기부했다고 홈페이지에 공개했는데, 정작 정대협의 공시에는 2018년 1억885만원만 기부받은 것으로 돼 있었다. 기부받은 총액의 83% 정도가 누락된 것이다.

공시 과정에서 벌어진 회계상 실수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사회적기업이 기부한 5억여원 대부분이 정대협 장부에선 증발된 셈이다.

마리몬드 기부금 외에도 정대협의 부실 회계 의혹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인 김경율 회계사는 이날 정대협의 2017년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분석한 결과 4300여만원의 공시 누락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017년 기부금 등 총 수입에 전년도에서 이월된 현금성 자산을 합친 금액과 2017년 사업비 등 총 지출 금액의 차이(잔액)가 7183만원이어야 하는데, 정대협은 이를 2872만원으로 고시했다. 이런 식으로 누락된 금액이 지난 5년간 2억6000여만원에 달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적이다.

마리몬드 관련 회계 오류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넘어와서도 반복됐다. 마리몬드는 정대협에서 2016년 1월 ‘정의기억재단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설립추진위)’를 꾸려 모금할 당시 2억4000여만원을 기부했다. 하지만 정의연은 설립에 필요한 출연금을 법인 계좌가 아닌 김동희 당시 정대협 사무처장 명의 개인 계좌로 모금했다.

정의연의 이사진 등재 관련 공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의연 국세청 공시에 따르면 정의연에는 김모와 윤모 전 마리몬드 대표가 이사로 등록돼 있다. 마리몬드는 정의연의 출연법인이기 때문에 이사진 등재 때 양측의 관계를 기록해야 하는데 정의연은 ‘관계없음’으로 공시했다. 한 세무사는 “출연기업의 대표가 이사로 등록할 때 출연법인 관계가 있음에도 없다고 기재한 것은 불성실 공시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정의연 측은 이날 개인 계좌 모금과 관련해 ‘모금을 신속하게 진행하고자 2016년 6월까지 개인계좌로 모금했고 7월부터는 설립추진위 계좌로 모금액을 이전해 통합 관리했다’는 취지의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이사진 등기 오류에 대해선 “기재 실수임을 회계사를 통해 확인했고, 감사 결과에 따른 재공시 과정에 수정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연에는 앞으로도 쉼터 운영비로 매년 3000만원의 예산이 지급될 예정이다. 법에 근거한 지원금이어서 정부가 쉼터 지원을 중단하지 않는 한 쉼터 운영자인 정의연에 자동으로 예산이 배정되는 형태다.

정대협 명의로 국고보조금을 받은 정의연은 지난해 정의연 명의로 여가부의 ‘위안부 피해자 건강치료 및 맞춤형 지원사업’도 위탁받아 6억여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정우진 김영선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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