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막다 굶어죽을 판… 방역과 경제 사이 고민에 빠진 지구촌

국민일보

코로나 막다 굶어죽을 판… 방역과 경제 사이 고민에 빠진 지구촌

[커버스토리] “경제 재개” 확산 속 2차 확산 대폭발 우려

입력 2020-05-23 04:01
사진=게티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전 세계가 지난 몇 달간 방역에 매달려 왔다. 이동 제한, 도시 봉쇄, 사업장·점포 폐쇄. 등교 금지, 재택근무 등 세계가 멈췄다. 이런 노력으로 바이러스 확산세는 주춤해진 상황이지만 경제는 수렁에 빠졌다. 각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최악의 경제위기' '사상 초유의 실업사태'라는 표현이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다. 독일 금융회사 알리안츠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발간한 '세계의 재개(Reopening the World)' 보고서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가 찾아온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에서 총 9조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코로나19에 걸려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감염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지만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압력이 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를 섣불리 재개할 경우 그동안의 방역 성과마저 사라지고 '2차 확산'이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세계 각국은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경제 재개 밀어붙이는 미국·브라질

주 정부의 자택 대기 명령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지난 4일 미국 보스턴의 매사추세츠주의회 인근에 모여 “록다운 해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금까지 4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매사추세츠주는 지난 18일 제조업과 건설현장의 사업 재개를 허용하는 등 경제활동을 재개했다. AFP연합뉴스

경제 최강국이자 코로나19 희생자가 가장 많은 미국에서는 경제 재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재가동을 희망하는 이들은 연일 봉쇄령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왔다. 지난 18일 매사추세츠주에 이어 20일 마지막 남은 코네티컷주가 경제활동을 재개함에 따라 미국 50개주가 전부 봉쇄령을 완화했다. 그럼에도 '완전한 봉쇄 해제'를 주장하는 일부 시위대는 총기까지 동원해가며 과격하게 자신의 요구를 밀어붙이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경제 활성화에 찬성하는 시위대가 연일 거리로 나오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사회적 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주 지사들을 비난하는 차량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시위에서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며 "군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외쳤다. 브라질에선 정부의 방역 지침조차 무시당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상파울루에서 주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는 시민의 비율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양국에서 경제 재가동을 외치는 세력의 중심에는 대통령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은 봉쇄 완화 시위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경제 재개를 꾀하고 있다.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비난까지 들어가며 시위에 직접 참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미국의 경제 재가동을 독려해 왔다.

반면 보건 전문가들은 섣부른 경제 재개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미국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핵심 멤버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12일 “경제 활동을 너무 빨리 재개한다면 미연에 피할 수 있었던 고통과 죽음을 겪게 될 수도 있다”며 경제 재개에 따른 2차 유행 대폭발을 경고했다.

유럽, 재가동 뜻 모았지만… 방역 어떻게

유럽은 경제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데 사회적 합의를 맞추고 방향을 모색 중이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봉쇄를 풀고 국경을 개방하는 등 단계적인 사회 정상화에 나섰다. 이미 소규모 상점 등은 영업을 시작했고, 향후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큰 변화가 없다면 서서히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경제 활동을 되돌린다는 계획이다.

여름휴가 시즌을 앞두고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해외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자국 경제의 핵심 수입원인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한 조치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전체 GDP에서 관광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탈리아가 13%, 그리스는 20%에 달한다. 이탈리아는 다음 달 3일부터 국경을 개방하고 셍겐조약에 가입한 EU 회원국을 대상으로 관광객을 받는다. 입국자들의 2주 자가격리 의무 또한 사라진다. 그리스는 7월 1일부터 해외 관광객 입국을 전면 허용할 계획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문제는 경제와 방역의 비중이다. 경제 재가동에 초점을 맞췄다고 해도 방역에서 아예 손을 뗄 수는 없다. 경제 활동을 재개하고 관광객을 다시 들이는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팬데믹을 억제할지는 여전히 유럽 국가들의 숙제로 남아 있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문제는 강력한 공중보건 대책을 마련해 과거의 전염 패턴으로 돌아가지 않고 재발을 억제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할 수 있는가이다”고 말했다.

한·중, 경제 회복에 박차… 재유행 관건

코로나19 초기 방역에 성공한 나라들은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중국 등이 대표적인데 확산세를 통제한 상황에서 경제 활동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중소기업의 90% 이상이 재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20일 고3 학생들을 시작으로 등교를 재개했다.

다만 1차 방역에 성공했더라도 언제든 상황은 악화할 수 있다. 최근 양국에서 재발한 집단감염으로 인해 ‘2차 유행’이 우려돼 방역 당국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 서울 이태원에서, 중국은 우한과 수란시에서 각각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 이들 사건이 아직은 경제 재가동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대규모 유행으로 번진다면 경제는 다시 멈춰설 수밖에 없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